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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의 대담한 사기극…무려 4000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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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의 대담한 사기극…무려 4000억이 사라졌다

‘옵티머스 펀드 사태’는 사상 최악의 펀드사기입니다. 라임펀드 사기사태는 옵티머스보다 규모가 크지만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옵티머스는 총 펀드자금 5151억원 가운데 4000억원 정도가 행방불명입니다. 도대체 누가 어디로 빼돌린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사기범들이 정치권과 당국의 힘있는 사람들을 앞세워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극을 벌였기 때문으로 짐작됩니다.

그 많은 돈은 어디로 흘러갔을까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는 한경의 특종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처음에 보도내용을 반신반의하던 자본시장 사람들도 나중에 실체를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누구를 철석같이 믿고 벌였는지 몰라도, 사기를 획책하고 몰아간 방식이 너무 대담하고 금액도 컸기 때문입니다. 양대 펀드 사태를 모두 특종보도한 조진형 기자에게 돈의 행방을 물어봤더니 “검찰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이런 가운데 옵티머스 일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검사 5명이 충원됐습니다.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금융감독원 조사국 근무 경험이 있는 남재현 서울북부지검 검사 등 금융·회계 분야 수사에 정통한 검사들이 포함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사기범 일당들이 지난 5월 작성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 및 ‘회의 주제’ 라는 괴상한 제목의 문건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가리는 것입니다.

해당 문건들엔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관여돼 있다’는 구절 등 옵티머스 측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대해 추미애 장관이나 윤석헌 금감원장은 허위 문건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 측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모두 허위라면 뭣하러 수사를 하고 수사팀을 보강하겠느냐는 반문입니다. 지옥으로 가는 대형 게이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조진형 이인혁 기자가 A1,2면에 단독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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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에 거는 기대

현대자동차에 ‘정의선 시대’가 열렸습니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는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한다고 각각 발표했습니다. 정 회장은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고객' ‘인류’ ‘미래’ ‘나눔’이라는 4개의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습니다. ‘인류’라는 단어가 새 출발을 다짐하는 경영자의 단어로 선택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시장의 기대도 큽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주가가 급락할 때 주식을 못산 것을 안타까워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기회는 열려있을 것 같습니다. 세단과 SUV 차량들의 디자인 경쟁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구요, 전기차와 수소차 라인업도 톱클래스 수준입니다. 수소 경쟁력은 따라올 기업이 없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특히 신임 정 회장이 미국과 유럽에 발빠르게 전개해 놓은 글로벌 협력망은 도요타가 부러워할 정도입니다.

도심공항 모빌리티와 로봇 같은 미래 사업구상도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 부문에 걸쳐 준비를 해온 만큼 내년부터 성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약점이 있다면 중국시장입니다. 사드 보복 여파가 남아있고 한국 기업들을 평가절하하는 현지 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반전시킬 지가 관건입니다. 중국 문제를 해결하면 현대차 주가는 또 한번 도약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A1,3면에 도병욱 김일규 이선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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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제가 현대자동차를 처음 출입한 해가 1999년입니다. 경제계에 외환위기 여파가 고스란히 남아있던 시절입니다. 당시 주가는 15000원대 안팎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정몽구 회장은 서울 계동 사옥에 매일 오전 6시에 출근했습니다. 회장을 만나기 위해 5시30분쯤 비서실에 가보면 여러 명의 임원들이 결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었습니다. 때때로 분위기가 무겁고 삼엄한 날은 미안한 마음에 슬그머니 돌아선 적도 있습니다.

당시 현대차는 백척간두였습니다. 내수시장이 엉망이었던 데다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M&A바람이 불면서 거대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차 정도의 규모는 바람 불면 날아가버릴 처지였습니다. 때문에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다임러벤츠 같은 기업이 현대차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현대차는 기업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정 회장은 이듬해 다음과 같은 발표를 통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연산 500만대 체제를 갖춰 글로벌 빅5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 당시로선 현실과의 격차가 너무 커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 회장의 저력은 놀라웠습니다. 미국 중국 등 주력시장에 생산공장을 차례로 짓기 시작하더니 10년만에 미국 포드를 제치고 판매량 기준 빅5에 오른 것입니다.

그 시절 현대·기아차가 10여개국 주요 시장에 생산거점을 마련해나간 것은 2차 세계대전때 독일의 전격전을 연상케할 정도로 빠르고 체계적이었습니다. 어느 한 지역에서라도 생산과 판매전략에 차질이 발생하면 전체 경영이 삐걱거릴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정 회장은 이 아슬아슬한 상황을 특유의 ‘품질경영’과 ‘현장경영’을 앞세워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매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을 남기고 현역을 은퇴했습니다.

정 회장은 화려한 수사나 언변으로 주목받은 경영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업적은 어느 누구의 것보다 탁월합니다. 재임기간 20여년에 매출이나 자산을 몇십배, 몇백배로 키웠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세계시장으로 끌고 나가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경쟁을 펼치면서 해외 종속의 길에서 건져낸 것이 가장 돋보입니다. 정 회장의 정진과 뚝심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 자동차산업이 숨을 쉬고 있는 것입니다.

‘거짓말에 흔들리는 대한민국’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한경에 이런 제목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철학서로 우리 모두에게 잘 알려져있는 분입니다. 시선의 높이가 삶의 높이다! 너무나 유명한 문장이죠. 저 또한 숨을 멎게 하는 그분의 통찰력에 몇 번이나 호흡을 가다듬었던 기억이 납니다. 최 교수가 이번에 우리 사회의 도덕적 위기를 통렬하게 고발하고 나섰습니다.

“말의 신뢰가 정치의 핵심적인 토대라는 사실은 상앙이나 공자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현대를 사는 바로 지금의 우리에게도 변함없는 핵심이다. 신뢰의 ‘신(信)’ 자가 사람(人)과 말(言)의 일치로 되어 있는 것에 깊은 함축이 있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고, 믿음을 상실한 통치자가 펴는 정책은 효과를 내기 어렵다.”

“촛불혁명은 실패했다. 혁명의 실패는 말의 실패이자 거짓말의 득세다. 나는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섰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알고 절망했다.…거짓말은 다른 위선이나 실수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깊은 것이다. ‘말의 신뢰’는 인간의 근본과 관련되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훨씬 더 본질적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지탱해주는 가장 원초적인 힘 가운데 하나가 무엇일까? 염치를 아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고도 염치가 살아 있으면, 즉시 수정하고 다음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지만 염치가 살아있지 않으면, 거짓말을 하고도 어쩔 수 없었다고 강변하거나 상대방에게 뒤집어씌우고 감추려 한다.…지금 정부에서는 ‘조스트라다무스’니 ‘추스트라다무스’니 하는 인격들이 생산되고, 오히려 보호받고 있다. ‘내로남불’도 모두 염치를 상실한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기고문에 소개된 본인 말처럼 2-3년 전에 최 교수가 언론에 기고한 글은 현 정부에 이 정도로 비판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애정 어린 고언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대학자가 이렇게 절망하는 것일까요. A34면에 200자 원고지 20장 분량입니다. 길지만 완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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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편집국장 조일훈

(끝)

오늘의 신문 - 2024.03.29(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