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구속)는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친구 사이인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손잡은 뒤 거침이 없었다. 그는 금감원 사람들을 만나면 “이헌재 전 부총리가 회사 고문을 맡고 계십니다”라는 인사말을 했다. 하지만 실제 이 전 부총리가 역할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 자금 유치나 검찰 전관 관리는 정영제 옵티머스운용 대체투자부문 대표(잠적)가 맡았다. C&그룹 계열사 대표였던 그는 법무부 장관을 지낸 모 인사와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3년 전 로비를 통해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자금을 끌어온 것도 정 대표다. 750억원에 이르는 KCA 기금을 우량 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성지건설 인수합병(M&A) 등에 썼다.
옵티머스 일당은 시작부터 ‘전관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퇴출 위기에 놓였던 옵티머스운용은 KCA 자금 유치를 내세워 금감원의 적기시정 조치 유예를 받고 살아났다. 그 이후 증권사를 통해 공공기관 매출채권 펀드를 팔아 KCA 자금을 상환했다. ‘펀드 돌려막기’가 시작된 시점이다. KCA 펀드 사기는 초기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금감원에 제보됐지만 묵살당했다. 전관 로비가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옵티머스의 핵심 자금 통로는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트러스트올과 골든코어다. 상당수 자금은 두 회사를 거쳐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간 뒤 사라졌다. 부동산 시행업체 부실채권, 지방 오피스텔, 리조트 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개발사업에 투자됐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들이 투자한 부동산은 부실 사업장이거나 리스크가 커 일반 금융사는 거들떠보지 않는 물건이었다”며 “자금을 빼기 위해 문제 있는 사업장에만 투자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는 ‘옵티머스 일당’ 계좌에 꽂혔다.
펀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도 했다. 성지건설(상장폐지)과 상폐 위기에 놓인 해덕파워웨이, 스킨앤스킨 등이다.
옵티머스 일당 중 한 명인 유현권 전 골든브릿지증권 센터장(구속)은 지난해 코스닥 업체 에이아이비트 등기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옵티머스 펀드 자금 5151억원 가운데 4000억원 넘는 자금 행방이 묘연하다. 1조6000억원대 피해를 안긴 라임 펀드와 달리 자금의 꼬리표를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로비 의혹만 무성할 뿐 실제 돈을 챙긴 인물이 적다는 점도 다르다. 라임 사기에선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구속)과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잠적), 이인광 에스모 회장(잠적) 같은 조력 인물들이 있었다. 한 운용사 대표는 “라임 일당은 사태가 터진 뒤 로비 움직임이 있었지만 옵티머스는 시작부터 전관을 앞세워 작심하고 사기를 쳤다는 점이 다르다”며 “검찰과 금감원은 물론이고 자금유치, 펀드 판매, 정부 관련 투자 등 모든 게 로비와 엮여 있어 정관계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진형/오형주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