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못 한 여성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사람입니까?"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수행실장이자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한준호 의원이 영부인 품격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도대체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와 국격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한 의원이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며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합니다'라고 썼다"면서 "두 아이를 출산한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는 국격을 높이고, 아이를 낳지 못한 윤석열 후보의 아내 김건희 씨는 국격을 낮춘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성 의원은 윤 후보와 김건희 씨의 아픈 과거사까지 거론했다.
그는 "윤 후보와 김건희 씨는 본인들이 원해서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 김건희 씨는 임신한 적이 있고, 당시에 윤 후보는 '아이가 태어나면 업고 출근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기뻐했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국정원 댓글 수사 파문이 커졌을 당시 김건희 씨는 크게 충격을 받아 유산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윤 후보 부부는 아이를 낳지 못한 것이다"라며 "아무리 정치판이 냉혹하고, 선거판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남의 상처까지 약점으로 삼아 잔인하게 후벼파도 되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의원의 발언은 윤 후보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난임·불임 부부들의 가슴에도 대못을 박은 역대급 막말 중의 막말이다"라며 "한 의원은 이 발언이 문제가 되자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하는데, 이후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고 거론했다.
김연주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19일 논평을 통해 "난임 및 불임 가정에 상처를 준 이재명 후보 측의 사과와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대변인은 "자녀를 갖기 원하지만, 여러 원인으로 인해 아이를 갖기 어려운 난임 혹은 불임 가정이 있다"면서 "아이가 없다는 것이 어떻게 국격과 연결된다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대 사회는 자녀의 유무를 포함해 무척 다양한 형태의 가정들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전근대적이며 낡은 사고방식에 사로잡힌 이 후보 측에서는 문제시되는 표현을 삭제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혜경 씨와 김건희 씨의 사진을 올리며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사건, 본인이 운영하는 코바나콘텐츠 불법 협찬 사건, 허위학력 제출 의혹, Yuji 논문"이라고 김건희 씨를 둘러싼 의혹들을 열거했다.
이어 "범죄혐의 가족을 청와대 안주인으로 모셔야 할까요?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두 후보 부인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두 아이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고 표현한 점이다.
논란이 되자 한 의원은 두 아이 엄마와 토리 엄마 표현을 빼고 '김혜경 vs 김건희'로 수정했다. 현재까지 어떤 사과의 말이나 입장 표명도 없는 상태다.
한 의원 발언 관련해 이 후보 측에서도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후보 측 메시지 총괄 임무를 맡은 카피라이터 정철 씨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버했다. 약간 많이 나갔다, 건드려선 안 되는 (것을 건드렸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