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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한지민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통이 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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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작 소설·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각색

1985년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소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18년이 지난 시점에 동명의 영화로 만든 이누도 잇신 감독은 원작에 없던 씁쓸한 결말을 더했다.

영화는 아름답고 아프지만 씁쓸하고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로, 강렬한 캐릭터의 색깔과 이미지로, 일본의 대표적인 로맨스 영화로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여전히 남아있다.


다시 17년이 지나 다시 만들어진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한국의 영화는 또 다른 선택을 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공개돼 내년 초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다무라 고타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한층 밝고 희망차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나아갔다면, 10일 개봉하는 김종관 감독의 영화 '조제'는 좀 더 어둡게 침잠한다.

한없이 느리고 조용하게 흐르는 영화를 지배하는 건 누추하고 비참한 현실까지 낭만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포근한 색감과 빛, 그리고 배우들의 아름다운 얼굴이다.

조제를 연기한 한지민은 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원작에 대한 부담보다는 한국적인 색이 입혀지면 어떨까 하는 설렘과 기대로 선택했다"고 했다.

"조제가 가진 매력 때문에 선택했지만, 모든 장면이 어렵고 힘들었다"고도 했다.


"조제는 독특한 세계 안에 사는 캐릭터인데 감정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지는 않아요.

조제의 세계가 궁금했는데 모든 감정을 언어가 아닌 눈빛으로 표현해야 하는 건 저한테 모험이었던 거죠. 모든 장면에서 물음표가 생겼던 캐릭터였어요.

"
그는 조제의 감정에 대해, 사랑과 이별에 대해 끊임없이 감독에게 묻고 많은 대화를 했고, "(좁혀지지 않는) 이견도 있었고, 온전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감독을 믿고 가보자며 타협한 것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소통할 때 취할 것은 취하고, 귀를 열고 듣는 것도 배운 것 같다"면서 "고집은 한 끗 차이"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한지민은 "이전에 했던 몇몇 작품들도 그랬지만, '조제'를 통해 다시 한번 배우로서의 성장통과 인간으로서의 성장통이 같이 온 것 같다"고 했다.

"성장통이 되었던 작품들은 예전에도 물론 있었어요.

제 아픈 곳을 꺼내는 거여서 어떤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연기도 제 삶도 나아질 걸 분명히 알기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작품을 하면 할수록 늘 성장하고 발전하고 싶은데 작품 안에서, 캐릭터 안에서 늘 어려운 숙제를 맞닥뜨리게 돼요.

그런 성장통을 겪으며 나란 사람과 연기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죠."
그는 "환경이 주는 결핍도 있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감정을 소모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건 내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라며 "나를 알아가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고, 나이가 드는 만큼의 고단함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저도 누군가와 함께 본 영화 티켓이나 나라별 스노우볼 같은 걸 모으기도 했는데, 점점 비우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웬만하면 방에 아무것도 안 두려고 하는 편이에요.

마음도, 공간도 비워내는 걸 더 많이 하려고 해요.

"

'조제'를 통해 바꾸고 싶은 것도 생겼다.

"저는 연인이든 친구든 강아지든 어떤 관계에서도 이별 앞에 담담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뭐든 느린 편이라 이별의 과정도, 비워내기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려요.

앞으로 사랑을 한다면 후회 없을 만큼 사랑을 하고 이별에서도 조금은 담백해지고 싶어요.

또 솔직한 게 좋은 것 같아요.

싸움을 좋아하지 않아서 말하고 싶은 걸 다 표현하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저의 화법으로 솔직해지고 싶고요.

상대 역시 그렇게 감정 하나하나를 나누고 싶어요.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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