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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윤주 감독 "내가 겪은 영재교육, 동생은 다르길 바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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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디어 마이 지니어스' 연출


아침저녁으로 공부만 하는 동생. 안타까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방송·영화 분야로 진로를 좁힌 뒤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3년간 친동생의 일과를 쫓아다녔다.

영상을 편집해 결과물로 내놓기까지는 꼬박 5년이 걸렸다.

지난 2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디어 마이 지니어스'를 연출한 구윤주(28) 감독은 이제 막 영화계에 첫발을 뗀 신예다.

처음부터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은 아니었다.

방송국에 취직해야 할지 프리랜서로 영상 일을 배워갈지 고민하던 차에 자신에게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다.

6개월간 동생 윤영이를 촬영하면서 진로를 탐색하려 했지만,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윤영이는 초등학교 1학년에서 이제는 6학년이 됐다.

최근 서울 용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구 감독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굉장히 무기력했다"며 "당시 동생도 엄마와 매일매일 눈물로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는 것을 보면서 '블랙 코미디'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구 감독이 거쳐온 일을 동생이 답습하지 않길 바랐다.

그는 중학교 때 영재교육을 받으며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가서 모형 로켓을 날려본 경험이 있는 수재다.

윤영이 역시 '공부 잘하는 아이'로 구 감독이 했던 대로 여러 학원을 전전하고 있었다.

구 감독은 "초등학생이 왜 그렇게 많은 학원에 다니고, 시험을 봐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며 "엄마도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지만, 막상 윤영이가 공부를 잘하니 안 시킬 수 없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디어 마이 지니어스' 촬영이 시작됐다.

구 감독은 물론 윤영이와 엄마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공감대 아래 동생의 일상을 기록해 나갔다.

윤영이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학교에서 공부-학원에서 공부-또 다른 학원에서 공부-집에서 공부.

구 감독은 "처음 촬영할 때 윤영이는 학원 가는 것이 행복하고, 공부하는 것이 즐거운 아이였다.

힘드냐고 물어봐도 재밌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아마 엄마가 원하는 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동일시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도 그랬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윤영이가 엄마와 자기 생각을 분리하게 됐고, 그러면서 충돌이 격렬해졌다"며 "그렇다고 윤영이가 공부를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욕심이 있는 아이인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윤영이는 방학에 계곡에 가고 싶다면서도, 다른 친구가 공부를 더 잘하는 것은 싫다는 아이다.

공부 시간 틈새에 인형 놀이를 하면서도 인형에게 "공부해야 해"라고 말한다.


이런 윤영이에게 구 감독 역시 '올바른' 공부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자신의 과거이자 동생의 현재인 공부 방법에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안다.

다만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한 불안감에 쫓기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구 감독은 "영상을 통해 어떤 교육방식이 바람직하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왜 경쟁 속에서 남보다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영상을 본 엄마는 충격이 컸다.

교육 방식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셨다"며 "지금은 윤영이의 공부계획보다는 엄마의 삶에 더 집중하신다.

새로운 활동도 나가시고 무언가를 배우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오늘의 신문 - 2024.05.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