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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세 나오미 "혈연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 관계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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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트루 마더스' 온라인 기자회견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 가와세 나오미의 신작 '트루 마더스'(True mothers)는 직관적인 제목에서 그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아이를 입양해 키우는 엄마와 아이를 낳아 입양 보낸 엄마 모두 '진짜 엄마'라는 뜻이다.

영화는 나오키상, 서점대상 수상 작가인 쓰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아침이 온다'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뒤늦게 나타난 생모'는 신파 혹은 '막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침 드라마의 단골 소재지만, 가와세 감독은 두 여성의 심리를 예민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냄으로써 십 대의 성, 미혼모, 입양 등 사회적인 화두를 아우른다.

지난한 난임 치료에 지쳐있는 중산층 여성 사토코와 엄격한 부모 밑에서 반항심에 남자친구를 사귀다 14살의 나이에 임신하게 된 소녀 히카리. 히카리가 낳은 아기를 사토코가 입양하면서 두 사람은 잠시 만나게 된다.

6살이 된 아들 아사토와 행복한 일상을 이어가던 사토코에게 어느 날 불길한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전화 속 여성은 자신이 아사토의 친모라고 주장하며 돈을 요구한다.

영화는 아사토의 입양이라는 접점을 축으로 세우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성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각자의 삶에서도 '엄마 됨'을 고민하고 살아내는 일은 다르지 않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으로 22일 상영 전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언론을 만난 가와세 감독은 "혈연에만 의존하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그려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예민해지거나 짜증 내는 날이 이어지고 있을 텐데, 이런 시대에 단절된 관계 너머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빛이 전해진다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는 두 여성의 삶과 심리 묘사에 집중하는데, 그래서 여성의 역할과 양육에 훨씬 더 보수적인 일본 사회의 단면을 부각하기도 한다.

부부가 아이를 갖지 못하면 이혼을 고민한다거나 입양을 하려면 맞벌이 부부는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운다.

가와세 감독은 "도시는 덜 하지만 지방으로 갈수록 아이는 여자가 키워야 한다는 사고가 만연한 것이 일본 사회의 현실"이라며 "프랑스에서 편집 작업을 했는데 그곳 관계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영화의 원제는 소설 제목 그대로 '아침이 온다'다.

영어 제목은 해외 배급을 고려해 지어졌다.

영화에서 입양 부모는 아이에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하는데, 한 엄마는 아이에게 '낳아 준 엄마와 길러 준 엄마 말고도 낳은 엄마와 기른 엄마를 이어준 엄마까지 세 명의 엄마가 있다'고 말해 준다.

가와세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원제(희망이 온다)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밤 같지만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 어두운 밤은 반드시 새벽을 맞는다는 희망으로 이어지는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또 "영어 제목으로 '쓰리 마더스'(Three mothers)라는 안이 나오기도 했다"며 "세 명의 엄마를 설명하기가 복잡해 두 사람의 진정한 엄마를 생각하며 현재의 제목(트루 마더스)이 됐다"고 덧붙였다.


가와세 감독은 '수자쿠'(1997)로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이후 꾸준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부산영화제와의 만남은 저의 영화 인생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직접 영화제를 찾지 못해 너무 아쉽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는 나에게도 영화를 하며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존재"라며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트루 마더스'는 올해 영화제를 열지 못한 칸국제영화제의 '칸 2020' 선정작이기도 하다.

'수자쿠'로 최연소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이후 '너를 보내는 숲'(2007)으로 심사위원대상을 받고 이후에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며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불린다.

"사람과 사람이 단절되고 있고, 상대방을 부정하기에 십상인 시대지만 아무쪼록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내 마음을 공유하는 세계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어나가겠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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