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포로 여성들이 총을 들기까지…영화 '태양의 소녀들'

"피해자가 되고 싶지 않아 싸우기 위해 떠났어요.

포로였던 여성들이 부대를 만들었죠."
영화 '태양의 소녀들'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무차별적인 폭격에 대항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2014년 8월 이라크 쿠르디스탄에서 IS 공격에 맞서 싸운 야지디족 여전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을 잃고 적군에 끌려가 성노예로 전락하는 참혹한 삶에 놓이지만,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탈주를 감행하고, 기꺼이 총을 들고 전쟁터로 뛰어든다.

이를 단순히 용기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이들은 "여성과 생명, 자유를 위해"라고 외친다.

외침 속에는 용기뿐 아니라 잃은 것에 대한 분노와 슬픔, 지키고 싶은 것에 대한 사랑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다.


영화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 약한 존재인 여성들이 어떻게 강인해지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연출 의도는 "여성은 그들이 겪은 폭력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는 에바 허슨 감독의 언급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극 중 바하르는 이런 강인함으로 대변되는 인물이다.

IS의 급습으로 남편을 잃고, 아들을 뺏긴 바하르는 성폭행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여동생을 부여잡고 절망한다.

이후 극적인 탈출로 목숨을 건진 바하르는 자신과 같이 포로였던 여성들로 구성된 부대 '걸스 오브 더 썬'을 이끈다.

걸스 오브 더 썬은 실제 IS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총을 들고 맞선 야지디족 여성 전투 부대의 이름이다.

당시 IS의 공격은 극악무도했다.

남성들에 대한 집단학살이 이뤄졌고, 7천명 이상의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붙잡혀갔다.

현재까지도 2천여명이 넘는 여성들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걸스 오브 더 썬의 탄생은 여성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었다.


무엇보다 영화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지만,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폭력 묘사는 피한다.

간혹 영화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묘사를 관음증에 가까운 시선으로 그려졌던 것과는 대비된다.

에바 허슨 감독은 여성에게 가해진 잔혹한 폭력을 신중하고 진중한 태도로 접근한다.

흔히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의 배경에 깔리는 정치적 해석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적 논란에 총을 든 여성들이라는 핵심 주제가 잠식되지 않게 하기 위한 감독의 선택으로 보인다.

아 덕분에 관객들은 전쟁 피해자인 여성들이 총을 들기까지 과정에 몰입하게 된다.

'태양의 소녀들'은 여성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여성 인물들이 중심이 된 영화란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탄탄하고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오는 22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