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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감정의 극단적 세밀화…영화 '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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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신민아가 20년 동안 쌓아온 필모그래피에 또 다른 방점 하나를 찍었다.

영화 '디바'는 신민아의 맨얼굴에서 시작하고 끝난다.

애정과 질투, 죄책감과 억울함, 욕망과 고통, 두려움과 혼란이 뒤섞여 무너져내릴 듯 위태로운 그의 얼굴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최고의 실력과 외모, 인성까지 모두 갖춘 최고의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과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 수진(이유영).
실적을 내지 못해 팀에 부담을 주는 수진이 은퇴를 결심하자 이영은 주변의 만류에도 수진과 팀 종목에 도전하고, 수진은 다시 보란 듯 주목을 받는다.

누구보다 수진을 응원해 왔던 이영은 묘한 감정에 휩싸이고, 수진과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절벽 아래 바다로 떨어지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깨어난 이영은 사고 당일의 기억을 잃는다.

수진이 함께 차에 타고 있었다는 것조차.
동료들은 실종된 수진에 대해 이영이 알지 못하는 이상한 말들을 수군거리고 이영은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다시 다이빙대에 오르지만 실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슬럼프에 빠진다.

이영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들이 되살아나면서 사고가 있었던 그날의 진실과 훨씬 더 이전 두 사람의 과거가 조금씩 밝혀질 때마다 오랜 시간 이어온 이영과 수진의 관계에 그만큼 두껍게 쌓인 더께들도 드러난다.

그 속에서 되살아난 죄책감과 두려움, 혼란과 고통, 질투와 욕망은 결국 환각까지 만들어내며 이영은 광기에 사로잡혀 간다.


이영이 기억과 환각을 오가며 겪어내는 감정들이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니다.

냉정한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스포츠 선수로서, 어린 시절부터 가장 친한 친구와 그 경쟁을 해오며 겪게 되는 미묘한 감정들은 어쩌면 필연적이다.

이영의 감정의 진폭은 극단으로 치닫지만 84분의 길지 않은 러닝타임 동안 쌓아 올린 시간과 이야기로 관객을 설득해 낸다.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서 5m 깊이의 물속으로 뛰어들며 긴장과 쾌감을 안겨주는 다이빙은 영화에서 신선한 공포의 이미지를 만드는 도구로 영리하게 활용됐다.

다이빙대 모서리에 발끝으로 서서 내려다보는 물, 물속에서 허우적대다 올려다보는 다이빙대는 치명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품은 까마득한 공포로 다가온다.

푸른 물빛은 명도와 채도를 바꿔가며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두 주연 배우는 물론 이 작품으로 데뷔한 조슬예 감독, 제작자인 김윤미 대표, 1세대 여성 촬영 감독인 김선령 촬영감독까지 여성인 'F등급' 영화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