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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여자' 김희정 감독 "해석 대신 편하게 공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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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선택적이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도통 기억나지 않거나, 혹은 사진처럼 선명하게 떠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선명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조차 착각일 수 있다.

같은 순간을 함께 했던 다른 사람은 전혀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때 말이다.

그래서 20대인 과거와 40대인 현재, 기억과 환상, 현실과 꿈의 경계를 헤매는 여자 미라(김호정 분)를 따라서 오가는 서울과 파리의 거리가 낯설지 않다.

미라의 불안과 혼란이 오롯이 남의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프랑스여자'를 쓰고 연출한 김희정 감독은 "내 영화 중 가장 재밌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최근 만난 김 감독은 "굳이 타임라인을 따지거나 의미를 해석하려고 하지 말고, 편하게 느끼고 공감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직접 쓴 시나리오이니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에는 김 감독이 많이 담겼다.

이야기의 출발은 감독의 폴란드 유학과 프랑스 체류 경험이다.

김 감독은 "외국에 사는 많은 한국 여성들을 만나면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자기 나라를 떠나 산다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고, 그렇다고 다시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며 "언젠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섬세하고 예민한 영혼을 미라에게 심어줬다면, 미라의 친구 영은(김지영 분)에게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을 고스란히 물려줬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허물없는 술친구들을 좋아하고, 흥이 오르면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췄던 감독의 청춘 시절을 영은이 고스란히 재현한다.

감독은 "지금이야, 하고 올라가야 하는 시점이 있다.

춤추다 떨어진 적도 많다"고 했다.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아지트로 삼고 있는 술집 '한잔할 청춘아'는 '절친' 중 한 명인 배우 안내상이 실제 대학로에서 운영했던 술집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른 드라마 촬영으로 함께하지 못한 안내상은 "어떻게 나 없이 할 수가 있느냐, 다시 찍어야 한다"며 애정 어린 앙탈을 부리기도 했지만, '한잔할 청춘아'에서 대신 등장한 배우가 또 다른 반전을 안겨준다.

실제 어느 대학가의 술집 주인처럼 보이는 그는 밴드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다.

김 감독의 데뷔작인 '열세살, 수아'(2007)의 음악을 담당하며 인연을 맺은 이후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영화에는 한국에서, 프랑스에서 벌어진 사회적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 사건들 속에서 감독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일들을 미라가 온몸으로 다시 겪는다.

감독은 시사회 날 무대에서 참석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떨어져 앉아 있는 관객석을 휴대 전화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김 감독은 "극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는 모습이 디스토피아적"이라며 "우리는 이런 재난 시대를 살고 있고, 기억하고 말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운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계속 이런 시대를 살게 될 거고, 사회와 떨어져 살 수 없기에 어떻게 녹아 들어가고 있나 고민해요.

어떻게 잘 살아내고 견뎌 내야 할지, 재난 시대의 감수성을 찾아야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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