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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감독' 정진영 "오랜 꿈, 오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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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데뷔작 '사라진 시간' 온라인 제작보고회

"쑥스럽지만 열일곱살 때의 꿈을 쉰일곱에 이루게 됐습니다.

"
33년 차 베테랑 배우 정진영이 감독 데뷔작 '사라진 시간'을 소개하며 겸연쩍게 말했다.

"다른 때보다 굉장히 떨리고 긴장된다.

어제 잠을 못 잤다"고 말하는 그의 눈은 빨갛게 충혈돼 있었다.



정 감독은 21일 열린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감독은 17살 때 꿈이었지만 대학에 들어가 연극 동아리에서 배우 활동을 시작한 이후, 연출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포기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4년 전 한 번 해보자 용기를 냈다.

내 스타일에 맞게, 감당할 수 있는 사이즈와 느낌으로 만들어 보자 생각하고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만들었다가 망신당하면 어떡하나 겁을 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겁이 나지만 겁만 내다가 내 인생이 그냥 지나가겠다 싶어 비판과 비난은 감수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자 뻔뻔함과 용기를 갖게 된 것 같습니다.

"
영화 '사라진 시간'은 시골 마을에서 발생한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중, 하루아침에 집도, 가족도, 직업도 사라지고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충격적인 상황에 빠진 형사 형구(조진웅 분)가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미스터리의 형식을 빌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의 정체성'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다.

정 감독은 "사는 게 뭔가, 나라는 존재가 뭔가 하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해왔고, 그 이야기가 이리저리 숙성된 것 같다"며 "그 얘기를 재미있게 만들고 싶었다.

관객이 다른 생각을 못 하게, 예상치 못한 곳으로 스토리를 끌고 가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작품을 구상하면서 형구 역에 조진웅을 0순위로 떠올렸고, 평소 그의 말투를 생각하고 그가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다.

탈고하자마자 건넨 초고를 읽은 조진웅은 하루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

정 감독은 "조진웅을 떠올리면서 썼지만 과연 할까 싶었고, 선배라고 부담을 줄까 봐 미안해서 망설였다"며 "빨리 거절당해야 마음 편하니까 탈고하자마자 준건데 다음 날 하겠다고 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고 고마웠다"고 했다.



조진웅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히 미묘한 맛이 있었고 빨리 작업해 보고 싶었다.

해저에서 보물이 나온 듯한 느낌이었다"며 선배 배우이자 신인 감독을 한껏 추어올렸다.

그러면서 "정말 본인이 쓴 게 맞냐, 원작이 따로 있는 게 아니냐, 조금이라도 표절은 없냐, 표절이어도 할 테니 지금이라도 밝혀라, 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정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영화는 이러해야 한다'라는 것에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며 "초짜이고 감독 수련을 받은 사람도 아니니 잃을 것도 없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 등 저를 배우로 탄탄하게 만들어 준 몇 분에게만 시나리오를 보여드렸어요.

이게 뭐냐고 욕먹을 각오를 했고, 그래도 고치지는 않을 거야 하면서 드렸는데 의외로 격려를 많이 해주셨고 큰 힘이 됐습니다.

"
정 감독은 독립 영화 정도로 생각하고 작품을 시작했지만, 조진웅이 합류하면서 규모가 약간 커졌다.

그는 "촬영 기간 잠을 하루에 세 시간 정도밖에 못 잤는데 무슨 보약을 먹은 것처럼 힘이 나고 행복했다"며 "후반 작업을 하면서 아쉬운 게 보이니 힘이 들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조진웅은 "(정진영이) 연기를 하는 대신 메가폰을 잡았지만, 작품을 대하는 본질은 달라진 게 없었다"며 "나도 감독이 된다면 이렇게 할 것이라는 롤모델을 제시해 주셨다"고 말했다.

영화는 다음 달 18일 개봉한다.

/연합뉴스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