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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박정민 "'시동' 택일과 싱크로율 100%…엄마는 그만 맞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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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동' 택일 역할 배우 박정민
'파수꾼', '전설의 주먹' 이후 다시 고등학생

박정민 "웹툰과 다른 '시동', 감정에 집중했어요."




배우 박정민은 명문고로 꼽히는 한일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했다가 배우가 되기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입학했다. 이 사연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학창시절 이력 뿐 아니라 촬영장에서 들려오는 미담에서도 박정민의 성실함과 바른생활은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 박정민은 항상 모범생이 아닌 불량 고등학생을 연기해왔다. 데뷔작인 영화 '파수꾼'과 황정민의 아역으로 등장했던 '전설의 주먹'에 이어 '시동'에서는 아예 머리를 노랗게 물든 불량 청소년을 연기했다.

오는 18일 '시동' 개봉에 앞서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마주한 박정민은 그럼에도 자신이 연기한 택일에 대해 "정말 많은 부분이 닮은 캐릭터"라고 소개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박정민은 "어릴 적에 일탈은 누구나 생각해보지 않냐"면서 "정도의 차이일 뿐 저도 택일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시동'은 학교도 싫고 공부는 더더욱 싫다던 반항아 택일(박정민)이 상필(정해인)과 빨리 돈을 벌고 싶다며 집을 나간 후 중국집 배달 일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2014년 연재를 시작해 평점 9.8을 기록하며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웹툰을 영화화했다.

박정민은 극을 이끌어가는 택일 역을 맡았다. 택일은 지긋한 엄마(염정아)와 동네로부터 벗어나는 게 인생의 유일한 목표인 인물. 무작정 집을 나와 중국집 장풍반점에 발을 붙이게 되면서 상상도 못한 적수 거석이 형(마동석)을 만나게 된다.

▲ 10대 '고삐리' 연기를 실감나게 했다.

고등학생 연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전에 비해 나이를 먹어서 '괜찮을까' 걱정은 됐다. 감독님께 '지금이라도 안 늦었다'고 말하기도 하고.(웃음) '어려보이는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더 나이 먹어 보이더라. 택일이와 엄마와의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감정에 집중했다.

▲ 실제 고등학교때와 완전 다른 모습 아닌가.

고등학생 애들 센척하고, 껄렁하게 다니고, 그러지 않나. 저도 그랬다. 중학교 땐 굉장히 모범생이고 엄마도 무서워하고 공부도 열심히했는데, 고등학교를 진학하니 저를 아는 애들이 없으니까 다른 모습을 보여줘도 이상할 게 없어서 괜히 엇나가고 그랬다. 그런데 그런 것도 해본 놈이 해야 잘하는데, 용기나 담력도 부족해서 야자를 다 마치고 교문 밖 치킨집에 몰래 가서 콜라 마시면서 치킨 먹은 게 일탈이었다.

▲ 반항적인 10대 모습을 위해 참고한 부분이 있을까.

괜히 애들 하교할 때 보고 했는데, 도움이 안됐다. 애들은 그냥 애들이다. 더 나이들어 보이고 애써서 뭔가 하는거 같더라. 그래도 유튜브를 찾아보니 불량 청소년들이 많이 입는 체육복 바지가 있더라. 그런 부분은 참고했다. 제가 골반이 휘어서 그런 옷을 입으면 더 '양아치'처럼 보인다.

▲ 웹툰이 원작이다보니 이미지를 맞추는 것도 고민이지 않았을까 싶다.

전 웹툰을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코믹이 될 지 몰랐다. 웹툰은 좀 더 진지하고, 어둡다. 택일이도 영화의 택일이보다 많이 나빴다. 영화를 찍으면서 재미적인 요소가 많이 첨가가 됐다. 초반엔 제가 갈피를 잘 못잡았는데, 마동석 선배의 가발을 보고 '이건 코믹이구나' 딱 감을 잡았다. 그래도 원작의 팬들도 고려해야 하니까. 원작의 정서를 살리는데 신경썼다.

▲ 마동석과 연기하면서 너무 웃겨서 힘들었을 거 같다.

실제로 보면 더 웃기다. 비주얼도, 연기도 웃기니까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이상한 말도 나오고. 현장도 재밌고, 감독님도 모니터를 보면서 웃고 계시더라. 처음 마동석 선배가 등장했을 때 너무 웃겨서 '망했다' 싶었는데, 점점 재미가 붙었다. 현장 나가는게 기대가 됐다.

▲ 그런 거석이 형(마동석)이 할리우드로 가버렸다.

허전하긴 한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안오시는게 좋지 않나 싶다. 오시면 선배님도 곤란할 거 같고. 지금 그곳에 계신게 선배님도 편하고, 우리도 잘됐다 싶다. 그런데도 마음은 계속 써주신다.

▲ 말이 나와서 질문하는데, 마동석의 또 다른 주연작 '백두산'과 같은 날 맞붙는다.

물론 걱정되는 마음은 있지만, '이겨야지'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영화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으니까. 추석 때에도 저랑 동석 선배랑 같이 맞붙었다. 한국 영화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 추석엔 '타짜:원 아이드 잭', 올 연말엔 '시동'이다. 메인 시즌에 연달아 주연을 맡은 작품을 내놓고 있다.

제가 정한 건 아니다. 저도 '왜 이러시냐'고 했다. 예전엔 옆에서 텐트폴 영화 얘길 할 때면 '부럽다' 했는데, 어느새 사람이 많이 걸리는 시기에 제가 출연한 작품이 걸리니 감회가 새롭긴 하다. 그럼에도 가장 큰 마음은 걱정이다.

▲ 그래서 그런가. 홍보도 열심히인거 같다. MBC '나 혼자 산다'에도 나오더라.

제 철학인데, 영화를 홍보하는 거까지 배우의 몫이라 생각한다. 본인 자체가 홍보가 되는 배우들도 있는데, 제 위치는 어디든 나가서 홍보하는 게 맞는 거 같다. (예능 출연이)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나가면 좋을 거 같다고 해서 나갔는데, 리얼 예능은 처음이라 어렵고, 애청자들에게도 송구했다.
▲ 택일과 실제 박정민과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정말 똑같다. 저도 엄마한테 표현을 못한다. 이모티콘 하나 보낼 때도 간지럽다. '감기 조심해' 이런 말도 못하겠다. 괜히 뭔가 그렇다. '이러지 않아도 내가 사랑하는걸 알겠지'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저의 치부까지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 못되게 구는 거 같다. 그렇게 못되게 굴어도 한없이 연약하다는 걸 알아서 웃고 넘기는 거 같다.

▲ 실제 어머니 감상평은 어땠나.

웃으면서 재밌게 봤다고 하더라. 그런데 맞는 건 그만하라고 하셨다. 그렇게 마음을 써 주셨다. 이번 작품에 유달리 맞는 장면이 많았는데, 택일이의 성장 과정에 도움이 되다 보니 포기할 수 없었다.

▲ 영화의 메시지가 '어울리는 일을 하라'다. 배우 박정민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울리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니까 조심스럽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는 게 위험한거 같다. 제가 배우가 아닌 일상적인 삶을 사는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그분들에게 위로나 응원이 되는 말을 하는게 항상 어렵다. 그저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든 분들은 펭수를 보셨으면 한다.

▲ 책방 사장님이라 책만 볼 것 같은데, 유튜브를 많이 보는 거 같다.

책을 많이 보고, 좋아해서 책방을 차렸는데 책방을 운영하게 되면서 책을 보는 게 일이 됐다. 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는 게 제 일과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유튜브를 본다.

▲ '사바하', '타짜:원 아이드 잭'에 '시동'까지 올해에만 3번째 작품이다. 꽉 찬 1년을 보냈다.

시간이 정말 빨리 가는 거 같다. 정말 많은 걸 하고, 열심히 살았다. 여행도 그 와중에 다녀오고. 그리 불행하지 않았던 한 해 였다. 이 시점에서 박정민이라는 배우는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주변 사람들과 상의도 하면서 영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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