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영화 ‘니나 내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동은 감독과 배우 장혜진, 태인호, 이가섭이 참석했다.
이 감독은 “가족은 좁게 생각하면 혈연관계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2014년 쯤 가족 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상처를 주기도 쉽고 화해하기도 어려운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제목을 ‘니나 내나’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원래는 ‘정분’이었는데 좋은 의미지만 사람들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요즘 잘 쓰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며 “미정의 대사에 ‘우리가 사는 게 달라보여도 너나 나나(니나 내나) 비슷하다’는 게 있는데 그게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장혜진은 “이동은 감독님은 내가 제일 친한 친구의 동생이다. 어릴 때부터 나의 모습을 잘 알고 있어서 ‘누나’라고 부른다”며 “감독님이 시나리오와 그림이 그려진 책을 함께 주셨는데 한 번에 술술 읽혔고 인물들에 너무 공감됐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 영화 촬영에 앞서 ‘기생충’ 촬영으로 체중을 불렸던 장혜진은 “보름 만에 급하게 체중을 좀 줄였다. 사투리를 써서 연기할 수 있어서 편했고 태인호, 이가섭과 함께 한다고 해서 ‘만세’를 불렀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이번 영화에서 세 남매 중 딸 미정 역을 맡았다. 가족을 끔찍이 여기지만 가족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상처를 지니고 있다. ‘기생충’ 관련 인터뷰에서 장혜진은 자신이 귀여운 사람인데 캐릭터에 귀여움이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고 한 적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미정은 나의 사랑스러움과 귀여움을 극대화해 표현해주는 캐릭터”라며 쑥스러워했다. 이어 “평소 이 정도로 사랑스럽지는 않은데 무뚝뚝하고 욱하기도 하는 충숙(‘기생충’ 배역 이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연기를 그만뒀다가 다시 하면서 느꼈던 기쁨을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연기라는 틀에 갇혀 있는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관객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깔끔하게 연기했어야 했나 부끄럽기도 하다”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작품에서는 샤프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봐왔는데 인터뷰에서 부산 사투리를 하는 걸 본 적 있다. 소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태인호가 가진 모습이 경환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가섭은 SF소설 작가인 막내 재윤 역을 맡았다. 이가섭은 “시나리오와 그래픽노블을 함께 받았는데 너무 잘 읽혔다. ‘나에게 가족이란 뭘까’라는 생각을 하면 시나리오가 계속 생각났다”고 말했다.
태인호도 장혜진의 밝은 성격 덕에 촬영이 즐거웠다고 하자 장혜진은 “내가 많이 밝긴 하다”고 즐거워했다. 또한 “내가 부족한 모습을 두 배우와 딸로 나오는 김진영에게 가리지 않고 오픈했는데 주변에서 많이 케어해줬다. 나를 잘 받아주고 같이 얘기해줘서 오히려 내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며 “‘이렇게 행복하게 촬영해도 되나’ 이런 쓸데없는 고민을 했다. 두 배우와 감독님과 또 같이 하자고 ‘구두 계약’을 했다. 동향이기도 하지만 성향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작은 영화지만 울림은 작지 않은 영화다. 이 영화가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서 흥행되면 좋긴 하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오신 관객들이 마음에 작은 웃음 하나라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니나 내나’는 10월 중 개봉할 예정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