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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ㅣ손현주 "'광대들'로 20년 묵힌 트라우마 극복, 사극 자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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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광대들:풍문조작단' 한명회 역 손현주



배우 손현주의 연기력은 말하면 입 아프다. 하지만 그도 꺼렸던 장르가 있다. 바로 '사극'이다. 1991년 KBS 공채탤런트 14기로 데뷔했던 손현주는 데뷔 초 낙마 사고를 겪은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극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런 손현주가 '광대들:풍문조작단'을 통해 다시 사극을 찍고 말에 올랐다. 손현주는 "이제는 완벽하게 사극 트라우마를 극복했다"면서 힘들고 치열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웃었던 현장을 전했다.



'광대들'은 조선 세조 말기, 세조실록에 기록된 40여 건의 기이한 현상이 한명회로부터 명을 받은 광대패 5인의 작품이었다는 설정의 영화다. 조카를 죽이고 왕이 된 세조의 미담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판을 짜는 광대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손현주는 풍문조작단을 이용해 권력을 쥐려는 한명회 역을 맡았다. 세조를 왕위에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조선 최고의 지략가이자 세조조차 건드릴 수 없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한명회는 손현주 특유의 카리스마로 재탄생했다는 평가다.

영화 '관상'의 김의성, KBS '한명회'의 이덕화 등 이미 여러 배우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한명회였던 만큼 손현주표 한명회는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손현주는 뾰족한 귀, 길고 풍성한 수염으로 외모부터 변화를 주면서 강렬한 존재감의 한명회를 완성시켰다. 이를 위해 3시간의 분장 시간도 감수해야 했다.

"이전에 많은 미디어에서 한명회를 다뤘지만, 세조 말 한명회의 모습은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세조의 미담을 기획하는 한명회의 모습은 더더욱 없었고요. 사료를 보면 한명회는 칠삭둥이지만 거구였고, 2살 어린 세조보다 20년이나 더 살면서 천수를 누렸어요. 그런 한명회의 모습에 집중했죠."



손현주가 '광대들'에 끌린 이유도 색다른 한명회에 있었다. 손현주는 "연출자인 김주호 감독은 이번에 처음 인연을 맺은 건데, 제목도 원래 '조선공갈대'였다"며 "'희한한 영화가 왔구나' 싶었다"면서 첫인상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게 말이 될까' 반신반의하면서도, 안될 건 없겠다 싶었다"며 "제가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면서 작품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광대들'은 광대들과 공신들의 공조와 대립이 큰 축을 이룬다. 덕호(조진웅)가 이끄는 광대패들과 한명회(손현주)를 필두로 한 공신들의 균형 속에 극의 긴장감이 유지되는 것. 스크린 속에서는 팽팽한 갈등을 보였지만 손현주는 촬영 현장에서는 "화기애애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광대들'은 주52시간 근무제를 엄수하면서 배우들은 더 여유있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고, 더욱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는 것.

"영화 속에선 광대들끼리 끈끈하지만 저희 공신들끼리도 얼마나 재밌었다고요.(웃음)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무리해서 밤을 새우며 찍고 그런 부분들이 없어졌어요. 촬영을 마치면 보통 제 방에서 모여 그날 있었던 걸 토론하면서 막걸리도 한 잔씩 했죠. 안주도 제가 편의점에서 직접 준비하고요. 족발, 편육, 소시지, 볶음김치 등을 공신들과 광대들이 함께 나눠 먹었어요."



특히 같은 대학로 출신이었지만, 한 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없었던 박희순과 더더욱 가까워졌다. 박희순은 세조 역할을 맡아 한명회와 애증의 관계를 보여준다.

"제가 분장 때문에 새벽 5시에 나오면, 박희순은 6시쯤 나와요. 세조가 피부병이 있으니까, 그 분장을 몸에 붙이는 거죠. 이번에 함께하면서 '전생에 배다른 동생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했어요. 굉장히 편안했어요. 저랑 비슷한 '막걸리파'더라고요.(웃음) 저한테 술상 안 본다고 혼내기도 하는데, 이게 어디 형한테 할 소린가 싶은데 그렇게 막걸리 사주고 해야 놀아주니까요.(웃음)"

'광대들'은 손현주에게 사람을 남겼을 뿐 아니라 트라우마도 극복하게 한 작품이었다. 데뷔 초 겪은 낙마 사고로 말을 타는 데 두려움이 있어 사극에 출연하지 못했지만 '광대들'을 찍으면서 이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말만 타는 게 아니라 불구덩이 속에 들어가라고 하더라고요. 영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방에 불을 붙이고 기름과 가스도 뿌렸어요. 너무 뜨겁고, 말도 날뛰어서 화가 났죠. 나한테 왜 이러나 싶고요. 감독한테 항의하려고도 갔어요. 그런데 김주호 감독이 차분하게 '얼굴이 잘 안 나왔는데, 다시 한 번 갈 수 있겠냐'고 하더라고요. 전 홀린 것처럼 '그렇냐'며 바로 다시 말에 올랐죠.(웃음) 그 장면을 정말 힘들게 찍었어요. CG로 보시면 억울할 거 같아요."



'광대들'을 기점으로 보다 가볍고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손현주는 MBC '베스트극장'의 '형님이 돌아왔다' 속 한 장면이 '3대 거지짤'로 유명해질 정도로 한 때 코믹 연기의 대가로 꼽혔다. 실제로도 손현주 역시 입담 좋고 사람 좋기로 유명한 인물이다. 하지만 2012년 SBS '추적자 THE CHASER' 출연 이후 작품 속에서는 진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왔다.

"가벼운 역할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요.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가 '추적자' 전 후로 나뉠 거 같은데, 이전엔 푸근하고 정감있는 평범한 사람을 많이 했다면 그 후엔 그러려고 의도한 건 아닌데 오랫동안 이렇게 간 거 같아요. 이젠 눈에 힘 그만 주고요. 조금은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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