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잃었던 조필호는 병원에서 눈을 떴지만 폭발 사건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부검실에서 확인한 한기철의 사망 원인은 두부 손상. 창고가 불타기 전 이미 한기철은 죽었던 것이다. 심지어 한기철의 집에 몰래 숨겨뒀던 돈까지 사라진다. 용의선상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돈을 찾기 위해 사건을 조사하던 조필호는 한기철이 좋아하던 장미나(전소니 분)를 알게 된다.
남성식 검사(박병은 분)는 조필호를 찾아가 태성그룹 비자금 사건과 창고 폭발사건이 연관돼 있다고 귀띔한다. 검사는 조필호에게 잘못을 덮어줄 테니 비자금 사건의 증거를 갖고 오라고 제안한다. 조필호는 “한기철이 보낸 영상이 있다”는 장미나의 말을 떠올렸고, 그 영상에 단서가 있음을 직감한다.
이선균은 비열하고 악독한 조필호를 연기하며 지금껏 보여준 적 없던 얼굴을 선보인다. 이선균의 부드러운 톤에 익숙해있던 관객이라면 흠칫 놀랄지도. 극 중 태성그룹의 온갖 비리를 처리하는 권태주 역의 박해준과 이선균의 액션신은 섬뜩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고등학생 장미나로 인해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후 조필호의 결단은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상업영화로서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과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했다는 부담감 속에서 ‘악질경찰’은 두 가지의 조화를 조심스럽게 이루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과도하게 거친 욕설과 청소년, 여성을 향한 필요 이상의 잔혹함은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뒤늦게라도 성찰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악질 어른’ 조필호에 감독은 자신의 진심을 투영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나 꼭 세월호 참사가 아니라도 가능했을 법한 영화 속 이야기들의 개연성에 아쉬움이 남는다.
청소년 관람불가. 오늘(20일) 개봉.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