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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 차마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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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쿠르스크’ 포스터

영화 ‘쿠르스크’ 포스터

2000년. 러시아 해군 북방함대 소속의 대위 미하일(마티아스 쇼에나에츠)은 결혼을 앞둔 동료가 금전적 문제로 쩔쩔매자 동료들과 함께 아낌없이 돕는다. 그들은 동료를 넘어서서 친구, 흡사 가족 같다. 8월 10일, 거대한 핵잠수함 K-141 쿠르스크가 118명의 선원을 태우고 출항한다. 잘 다녀오라며 손을 흔드는 가족들 속에는 만삭인 미하일의 아내 타냐(레아 세이두)와 아들 미샤도 있다.

이틀 후, 두 차례에 걸친 어뢰 폭발로 쿠르스크호가 침몰한다. 격벽이 막아준 덕택에 살아남은 23명은 7구획의 부대장인 미하일의 지시를 따르며 구조를 기다린다. 해군의 구조 작전은 변변찮은 장비로 실패를 거듭한다. 진즉에 쿠르스크호 침몰을 알아차린 영국 해군 준장 데이빗(콜린 퍼스)은 지원 의사를 표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군사 기밀과 국가 체면을 지키기 위해 거절한다. 생사를 알 수 없기에 가족들은 애가 타들어가고, 쿠르스크호의 생존자들도 하루하루가 점점 버겁기만 하다.

영화 ‘쿠르스크’ 스틸컷

영화 ‘쿠르스크’ 스틸컷

‘쿠르스크’는 저널리스트 로버트 무어가 쓴 ‘어 타임 투 다이(A Time To Die: The Untold Story Of The Kursk Tragedy)’를 바탕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작가 로버트 로댓이 각본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셀레브레이션’ ‘더 헌트’의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은 가슴 아픈 실화를 진정성 있게 다루려 했고, 그 진심이 영화 내내 전해진다. 또한 ‘러스트 앤 본’ ‘비거 스플래쉬’의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시스터’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의 레아 세이두, ‘싱글 맨’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콜린 퍼스처럼 유려한 배우들이 뽑아낸 연기가 극을 지탱한다.

세월호 사건을 겪은 우리 관객들에게 ‘쿠르스크’는 몰입감이 더 큰 작품일 듯하다. 그래서 생명을 앞에 두고도 국가를 우선시하는 정부를 향해 타냐가 내지르는 한마디 한마디가 묵직하다. 우린 전문가는 아니지만 바보가 아니라고. 그러니 거짓말하지 말라고.

영화의 끝에는 참 아픈 자막이 올라간다. 쿠르스크의 선원들은 71명의 자녀를 두고 떠났다는. 차마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슬픔에 먹먹해진다.

1월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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