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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이창동의 불꽃이 점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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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버닝’ 포스터

영화 ‘버닝’ 포스터

유통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종수(유아인)는 배달을 갔다가 행사 도우미로 일하는 해미(전종서)를 만난다. 어릴 적 한 동네 친구였던 그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근황을 나눈다. 해미는 곧 아프리카로 떠나는 자신 대신에 집에 와서 고양이를 챙겨달라고 부탁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미스터리한 남자 벤(스티븐 연)을 종수에게 소개한다. 어느 날 불쑥 종수의 집으로 찾아온 벤은 자신의 은밀한 취미생활을 고백한다. 그날 이후, 종수는 달뜬 예감에 사로잡힌다.

주연을 맡은 세 배우의 맞춤은 좋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제대로 읽어내고 구현해냈다. 이창동 감독의 전작에 출연한 배우들처럼 연기로 뽑아낼 최대치를 보여준다. ‘버닝’의 포스터는 영화의 한 장면이기도 한데 종수의 불안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알려진 대로, MBC 최승호 사장이 유아인의 아버지역으로 특별 출연한다. 이 사실을 숙지하고 보는 편이 낫겠다. 영화에 따라 카메오는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데 저 배우가 최승호 사장이 맞나 갸웃갸웃하는 사이 주인공인 유아인의 감정선을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아직 영화의 원작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읽지 않았다면 읽는 것도 추천한다. 소설의 모티브만 차용한 ‘버닝’은 이창동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실 이야기는 항상 우리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에 급급해서 놓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재를 찾느라 분주한 작가나 감독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듯싶다.

8년 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바로 오늘 5월 17일부터 극장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147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이지만 타이트하게 관객을 사로잡는다. 칸영화제의 선택도, 관객의 선택도 기대하게 만드는 영화임에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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