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은 뉴욕 타임즈 기사를 본 뒤 열등감과 사명감에 사로잡힌다. 더 강한 특종을 위해 정부 기밀문서를 찾기 시작하고, 마침내 4000장에 달하는 ‘펜타콘 페이퍼’를 손에 쥔다. 열정은 있지만 표출할 기회가 적었던 벤이 ‘제대로 된 기사꺼리’를 발견하고 이를 보도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모습은 묘한 짜릿함을 준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국민이 지는 것”이라고 외치는 그의 힘 있는 목소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진실을 보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벤은 캐서린(메릴 스트립)과 부딪힌다. 캐서린은 남편이 죽은 뒤 워싱턴 포스트를 이어받은 최초의 여성 발행인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사진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경쟁을 좋아하지 않기에 이 모든 걸 감내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선 발행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들끓고 있다.
‘펜타곤 페이퍼’ 보도를 앞두고 벤은 주요 기자들을 모아 명확한 사실 전달을 위한 자료 조사에 열을 올린다. 같은 시간 캐서린은 회사와 자신의 삶 전부를 잃을 수 있는,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결정을 앞두고 고민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벤과 내면 갈등에 휩싸인 캐서린의 대조적인 모습이 교차로 편집된다. 극단적인 연출은 없지만 이들의 갈등과 해소의 과정은 그 자체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마침내 윤전기가 돌아가는 과정 역시 세밀하게 그려지며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더 포스트’는 실화라는 점에서 더욱 감동적이고, 현재까지 관통하는 이야기라 더욱 공감하게 된다. 힘겹게 얻은 ‘보도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냈는지, 또 지금까지 지켜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기에 뭉클하다. 그들의 위대한 폭로는 지금을 있게 했다. 그때 그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더 포스트’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