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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개봉 붐…한국 멜로영화 '빈자리'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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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진원지는 부산국제영화제다.

올해 영화제서 상영된 일본영화는 총 41편으로, 전체 300편 중 가장 많았다.

유키사다 이사오, 고레에다 히로카즈, 구로사와 기요시, 가와세 나오미 등 일본 대표 감독들의 신작들이 대거 선보였다.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나라타주'는 고교 교사와 과거 제자 간의 복잡미묘한 사랑을 세밀한 터치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외톨이 소년과 시한부 소녀의 사랑을 다룬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쓰키카와 쇼 감독)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영화제 전부터 극장 좌석이 매진됐고, 주연을 맡은 일본의 '국민 여동생' 하마베 미나미가 부산을 찾아 환대를 받았다.

이런 열기는 극장가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오는 25일 CGV에서 단독 개봉하는 '너의 췌장…'은 메인 예고편 공개 3일 만에 100만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빛나는'은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고의 포토그래퍼였지만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영화의 음성 해설을 만드는 초보 작가와 만나 다시 희망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지난 12일 개봉한 타임슬립 소재의 멜로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미키 다카히로 감독)는 8만 명을 불러모으며 다양성 영화 1위를 기록 중이다.



◇"日 멜로, 세밀한 감정 묘사"로 공감…제2의 '너의 이름은.' 노려
그동안 일본영화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매년 500편 이상 개봉되지만, 10만 명을 넘긴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일본영화는 지난해는 559편이 개봉됐지만, 전체 관객 점유율은 1.6%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라졌다.

최근까지 468편이 개봉돼 총 672만명을 동원, 점유율이 3.8%로 껑충 뛰었다.

올 초 개봉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367만명을 불러모으며 흥행대박을 터뜨린 덕분이다.

이를 계기로 수입업체들 사이에서 일본영화 수입 붐이 일었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일본영화는 수입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마니아층도 있어 꾸준히 수입되고 있다"면서 "특히 '너의 이름은.' 이후 업체들이 앞다퉈 일본영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영화는 주로 로맨스 장르가 많다.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라는 대사로 유명한 이와이 �지 감독의 '러브레터' 이후 비슷한 영화들이 수입됐기 때문이다.

'러브레터'는 1999년 개봉 당시 140만 명을 동원했고 2013년과 2016년에 두 차례나 재개봉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냉정과 열정 사이'(2001·22만명)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43만명)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17만명) 등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일본 로맨스 영화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반영돼 남녀가 조심스럽게 예의를 차리면서 가까워지는 연애담이 많다"면서 "전개는 느리지만,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평했다.

이어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판타지 요소를 넣는 등 신선하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영화 수입사 미디어캐슬의 강민하 팀장은 "일본 멜로영화에는 사랑과 죽음,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 등 한국 관객이 좋아할 만한 정서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 한국 멜로영화는 '실종'
반면, 한국 멜로영화는 범죄·조폭 영화, 스릴러영화에 치여 거의 제작조차 안 되고 있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이 12년 만에 선보인 실사영화 '나비잠'도 일본에서 촬영된 영화다.

'나비잠'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50대 여성작가와 한국 유학생 찬해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러브레터'의 나카야마 미호와 배우 김재욱이 호흡을 맞췄다.

'나비잠'을 제작한 영화사 조아의 이은경 대표는 "애초 정 감독이 한국어로 시나리오를 썼다"면서 "그 시나리오를 들고 투자자를 찾으러 다녔지만 다들 검토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배경을 일본으로 바꿔 일본에서 찍었다.

'나비잠'은 내년 5월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된다.



한국 멜로영화는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이 전성기였다.

'접속'(1997) '편지'(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동감'(2000),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 '연애의 목적'(2005) 등 명작이 쏟아졌다.

이후 '건축학개론'(2012·411만명)과 '늑대소년'(2012·665만명)으로 흥행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윤성은 평론가는 "TV 드라마에서 연애물이 쏟아지다 보니 굳이 극장에서까지 멜로영화를 보지 않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외국 멜로물 중 흥행작이 나오는 것을 보면 멜로영화 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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