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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제1덕목은 위기관리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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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커뮤니케이션①-위기관리와 CEO의 역할


(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기업이 수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기업명성과 평판은 물론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또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수준은 기업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비용 규모를 좌우한다"

기업이 맞닥뜨리는 '위기'는 기업 비즈니스에 장애가 되는 사건 더 나아가서 물질적, 정신적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화 등 자산의 손실이나 명성 및 브랜드 같은 무형적 가치의 추락으로 흐를 수 있다. 특히 위기는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정도로 그 파장이 크다.

기업 명성관리 전문기업 에스코토스(강함수 대표)는 최근 10년 간 기업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히스토리-100대 사례를 정리했다. 한경플러스는 기업이 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고 위기 발생 이후에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제언과 제안의 공간으로 콘텐츠를 채워나갈 예정이다.

우선 최근 국내 기업들 중 세 가지 성공 사례에서 '위기 관리'시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대해 점검했다.


현대캐피탈 서버 해킹...책임 인정한 정태영 사장

2011년 4월 10일 현대캐피탈 서버가 해킹당했다. 현대캐피탈은 "약 42만명의 고객정보가 해킹당한 것 외에도 온라인 신용대출 서비스인 '프라임론패스' 가입자 1만3000여명의 비밀번호가 해킹된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비밀번호가 해킹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에게 해킹 사실을 알리고 패스 재발급을 권유했다.

현대캐피탈 정태영 사장은 "고객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추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당시 관련 보도를 인용한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출장 중 신속히 귀국한 정태영 사장이 "모든 사안을 자세히 인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번 사안은 아주 중요하다. 그럼에도 놓쳤다.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대외적으로 공개한 부분에 주목한다. CEO 스스로 사태수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책임의 소재를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해당 이슈 책임자를 문책하기보다 이슈 해결에 집중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동일한 사건에서 다른 금융기관의 CEO는 기자회견을 통해 "(기자) 여러분들과 똑같은 입장이다. 보고받은 것이 없다"고 말한 것과 대비된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CEO가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기커뮤니케이션에서 책임을 어디에 두고 메시지를 할 것인지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책임’의 인정이 법적 기준으로 오히려 회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책임’의 인정이란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 앞으로 투명하고 진솔하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CEO가 나서서 발생한 위기 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하고,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것은 감성적 수사일 수 있지만 기업 위기관점에서 보면 제3자인 대중이 이 사안을 보는 판단을 유예시키는 역할을 한다. 대중이 기업의 처지를 폭넓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업 내부에서도 CEO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은 위기에 대한 방향성이 결정됐음을 전한다. 어떤 의사결정과 내용이 이뤄져야 하는지도 빠르게 정리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박재훈 컨설팅대표는 "기업의 일반 직원들은 이슈에 대해 은폐하거나 누락할 수 있다. 그런데 CEO는 원칙적으로 모든 위기의 최고 책임자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CEO는 위기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한다. 정확한 위기규정을 위해 위기의 원인과 진실을 크로스 체킹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코오롱 마우나 리조트 사고...즉각 현장 내려간 이웅열 회장

2014년 2월 18일 밤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가 진행되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에서 폭설을 견디지 못한 지붕이 무너져 대학생 9명과 이벤트 회사 직원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친 참사가 발생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사고 발생 9시간 뒤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현장을 찾아 직접 사죄했다. 이 회장은 "이번 사고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자와 가족에게도 엎드려 사죄한다"며 "특히 대학생활을 앞둔 젊은이들이 꿈을 피우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하게 된 데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소중한 분들을 잃게 되어 비통함에 빠진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CEO가 사건 발생 9시간 만에 현장방문을 하고 사과를 한 것은 '당연하다'는 평가다. 어린 학생들이 숨진 사건인 만큼 대단히 큰 위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사건은 어른들이 다친 것보다 더 안타까움을 준다. 즉, 실제 위기의 크기(파장)보다 대중이 갖는 위기인식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CEO가 나선 초동 대응은 적절한 위기관리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빠른 시간 내 수습해야겠다는 내부의 인식 즉, CEO의 결행은 긍정적인 선택이었다. 사고 현장에는 많은 취재기자도 있고, 피해자 학부모들도 있다. 상당히 어수선하고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될 수 있는 '위험한' 현장이다. 그럼에도 CEO는 "가겠다"는 의사결정을 한 것이다.

박재훈 대표는 "이 사건의 피해규모가 엄청났음에도 다른 유형의 사건에 비해 부정적 여론이나 언론보도가 적었다. 이는 이 회장의 적극적인 대응에 기인한다. 이런 이슈가 발생하면 실무자들은 어드바이스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CEO가 직접 사안을 인식하고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함수 대표는 "직관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시스템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에 의한 것이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CEO가 훌륭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준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 짧은 시간 사이 누군가는, 또는 잠재된 기업문화는 어떤 기여를 했는지 확인할 부분이 있다"고 진단했다.

△ KT 개인정보 유출...적극적인 수습 나선 황창규 회장

2014년 3월 6일 KT 홈페이지에서 고객정보를 빼돌린 전문해커 두 명을 구속했다. 가입고객 1600만명 중 120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다음날 7일, 황창규 회장은 "2012년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 이후 보안 시스템 강화를 약속했는데도, 또 유사 사건이 발생한 것은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이번 사건은 전문 해커가 주도한 사건으로 범인들은 홈페이지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번 사태로 인한 2차 피해 방지에 들어갔다.

KT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외부에서도 시도한 해킹에 따른 것이지만 유사 사건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이슈였다. 당시 취임 3개월째를 맞은 KT 황창규 회장은 취임 이전 이뤄진 사건이지만 "수치스럽다"는 표현을 쓰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전문가들은 황 회장이 재발방지는 물론 책임자 문책 등 강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한 것으로 평가했다. CEO 스스로 해당 사안에 대해 책임지고 처리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준 것에 점수를 준 셈이다.

기업에서 사건이 발생할 때 불특정 다수 즉, 대중이 아는 시점은 위기 발생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위기는 사건 발생과 함께 확산된다. 즉, 바로 대중이 인지하게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건을 감추거나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든다. 온라인에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이슈가 발생한다.

이때 위기 메이커(crisis maker)는 미디어 다시 말해 언론 뿐만이 아니다. 사건 혹은 사건 발생 현장 관련 정보가 그대로 공개되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일반 개인(소비자)도 위기 메이커가 되기 때문이다.

CEO의 위기관리 핵심은 손실 최소화

따라서 전문가들은 위기 관리 이전 이슈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슈는 사건이 위기로 격상하기 이전의 사건 그 자체를 의미하는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면 위기로 확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기 전환 이전에 미리 사전에 대응하려면 조직적인 위기 스캐닝과 체계적인 대응 계획이 필요하다. 이슈 확산을 예방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중이 인지하게 되는 단계 즉 위기 시에도 '위기관리'는 중요하다. 위기를 관리한다는 것은 위기로 커진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로 입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CEO의 역할이 부각된다. 대형 재난이나 재해처럼 갑자기 터지는 이슈도 있지만 오래 누적된 내부 문제가 불거지거나 루머처럼 잠복된 이슈도 있다. 다양한 위기 유형에 따라 CEO의 대응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이슈 발생 징후가 보이는 시점에선 모니터링이 시작된다.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 수집하는 단계다. 두번째 단계는 위기를 다루는 실무팀에서 이를 분석해 CEO에 보고한다. 세번째 단계는 미디어 보도가 이뤄지거나 대중이 사건을 인지하는 단계다. 전사적 대응팀이 꾸려져야 한다. 위기 대책본부 같은 것이다.

하지만 CEO는 첫번째, 두번째 단계에서 반드시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 실무팀이 이슈를 파악하고 관리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태로 보고하는 단계까지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예를 들면 CEO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빠른 시간 내에 확인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을 위한 기초적인 가이드는 갖고 있어야 한다.

CEO의 위기관리 핵심은 손실 최소화를 위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CEO의 리더십 특성이나 위기유형-정도에 따라 그 선택의 형식과 내용은 다를 수 있다. 대형 인명피해가 난 사고는 명백히 CEO가 초기 단계부터 나서야 한다. 미국 9.11 테러 당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의 리더십은 단연 화제였다. 그는 무역센터 잿더미 앞에서 떠나지 않고 구조대원들을 격려하고 매 시간 사상자수를 직접 언론에 보고하는 등 적극적인 위기 리더십을 보였다. 정치적 행위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대중에게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줬다.

어떻게 대중이 위기를 인식하는 정도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느냐 다시 말해 CEO가 어떻게 이것까지 하느냐는 판단을 준다면 긍정적인 위기관리였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메르스 사태 때 삼성병원에서 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적극적인 행보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때 기업 내부 실무팀에서는 "CEO가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혹은 CEO 스스로도 내가 이렇게 해야 하나"라는 인식이 갈등적인 상황까지 일으키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행보를 보여주든 진정성 있는 형식과 내용을 띠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이 '과하다'고 볼 여지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 CEO는 위기수습 이후도 '명성 회복' 주도해야

강함수 대표는 "국내 기업은 위기 발생시 대응할 전담 조직을 사전에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대응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쉽지 않다. 위기관리 사전준비의 핵심은 평상시에 위기 상황을 전제하고 구성원들이 모여서 정보공유를 하고 별도의 보고체계를 형성하는 방식 같은 것이다. 이 같은 프로세스가 결정되면 위기시 자기 역할을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에게 일어날 수 있는 예상 가능한 주요 이슈별로 우선 순위를 놓고 논의하고 검토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내부 토론, 공론화 과정이 유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조직문화가 관건이다. CEO는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무진과 토론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도록 해야 한다.

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된 이후 CEO는 이른바 '명성 회복'에도 나서야 한다. 가령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적절한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 또 위기수습에 나섰던 내부 임직원, 외부 조력자들의 공과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아직 기업 내부에는 평상시에 위기를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하는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 홍보부서가 나서는 것도 마뜩치 않다. 조직 전체를 제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각 계열사들도 독립구조를 갖춘 마당에 그룹사 차원의 대응이라는 것이 이뤄지려면 매뉴얼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위기관리를 전담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조직'까지는 아니더라도 업무위임, 역할의 정의는 도출돼야 한다.

그동안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CEO가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어떤 대응을 하는 것이 좋을지는 기업 안팎에서 늘 '뜨거운 감자'였다. 더구나 CEO가 위기발생시 적극 나서는 행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맺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사후 위기 수습은 물론 향후에 위기발생시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부분이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CEO의 핵심적인 역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CEO가 '위기'에 대해 평소에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재훈 대표는 "국내 기업의 CEO들은 위기 관련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위기 매뉴얼 작성 과정에서도 배제돼 사실상 평소 위기 발생과 관리에 대한 인식을 하기 어렵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좋은 기업일수록 CEO의 위기관리 역량이 높다"고 한다. 위기 시 CEO의 의사 결정을 돕는 실질적인 매뉴얼, 평소의 트레이닝이 절실한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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