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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북핵 3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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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을 둘러싼 한국, 북한, 미국의 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8~20일 평양을 무대로 펼쳐진 북핵 외교전은 이달말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로 이어진다.

북한은 남북한 정상의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국제 전문가의 참관 아래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과 발사대 영구 폐기와 함께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을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는 종전선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 완화’에 맞서 ‘비핵화와 제재완화 동시 이행’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일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환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를 시사하고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주리주에서 열린 정치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틀 전 아름다운(beautiful)한 편지 한통을 보냈다”며 “정말 멋진 편지였고 우리 관계가 좋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일(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을 추진하고 있다”며 “너무 오래지 않아 두 정상이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협상을 지속하기 위해 머지않아 평양을 다시 방문할 기회를 얻길 희망한다”고 4차 방북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미 정부는 ‘비핵화 없이는 대북제재 완화도 없다’는 원칙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이 요구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미 국무부가 전날 “어떤 것도 비핵화 없이 일어날 수 없다”고 밝힌게 대표적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등을 시사하면서도 회담 성사를 위해서는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올바른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11월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과 관련이 깊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북핵 위기 해결’을 자신의 외교적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핵 위기는 사라졌다’거나 ‘북한과 관계가 잘 진전되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하지만 미국 조야의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과는 거리가 있다. 당장 이번 평양 공동선언만에 대해서도 ‘디테일(각론)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사찰·검증, 비핵화 시간표 등 핵심적인 부분이 안보인다는 지적이다. ‘남북관계가 비핵화 속도보다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3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를 방문한다. 이 기간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24일)과 유엔총회 연설(27일)을 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건 평양 공동선언에 담기지 않은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논의한 내용 가운데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그 때 미국 측에 상세한 내용을 전해줄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북핵 협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달라질 전망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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