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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1분기 성장률 반토막
美와 통상 갈등에 수출 둔화
유로존 경기 동반 하락 조짐

올 1분기 독일 경제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은 유로존 경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통계청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 증가(계절조정치 기준)하는 데 그쳤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 0.6%에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시장 추정치인 0.4%보다도 낮았다. 연율 기준 성장률도 전 분기 2.5%에서 1분기 1.2%로 하락했다.

독일 통계청은 기업 투자와 가계소비 지출은 늘었지만 수출과 정부 재정 지출이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연합(EU) 철강·알루미늄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통상 환경이 나빠지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가 타격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한시적 유예 대상으로 분류돼 있는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의 관세 부과 여부를 다음달 1일 결정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자동차업계 간담회에서 유럽 기업을 언급하면서 수입 자동차에 관세 20%를 매기는 방안을 거론해 우려를 자아냈다.

WSJ는 지난 1년간 유로화 가치가 달러에 비해 8% 높아진 것도 독일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았다. 올리버 라카우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독일 경제의 기초는 여전히 강하지만 성장률이 정점을 지나갔다”며 “앞으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경제연구센터(ZEW)는 독일의 5월 경기기대지수가 -8.2로 201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0보다 낮으면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낙관적 전망을 앞선다는 의미다. 아킴 밤바흐 ZEW 대표는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유가 상승이 독일의 경기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유로존 성장세도 주춤하고 있다. 유로존의 전 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7%에서 올해 1분기 0.4%로 낮아졌다. 독일 외에도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의 성장세가 함께 떨어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같은 유로존의 경기 둔화 조짐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도 변수가 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ECB가 채권을 매입해 통화를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올해 안에 중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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