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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브리핑

글로벌 경기회복·한파로 원유 수요 급증… 투기 매수세까지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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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장중 70달러 돌파…3년 만에 최고

이란 등 정정(政情) 불안…공급 차질 우려 겹쳐
WTI 4주 연속 올라…7개월새 50% 급등
미국 셰일업계 증산 나서면 상승세 꺾일 수도

연초부터 국제 유가 랠리가 심상치 않다. 셰일오일 증산이라는 변수 때문에 강한 반등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배럴당 70달러(브렌트유 기준) 고지 회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란 베네수엘라 등 주요 산유국 내 지정학적 변수가 발생해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 배럴당 80달러 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빠듯해진 수급이 밀어올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5일로 끝난 지난주의 미국 원유 재고가 490만 배럴 줄었다고 발표했다. 8주 연속 감소다. 경기 호조로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한파에 따른 난방 수요마저 늘어나는 등 여러 요인이 겹쳤기 때문이다. S&P글로벌플래츠의 제프리 크레이그 애널리스트는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 8주 동안 원유 재고가 3940만 배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11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유예할지 조만간 결정할 것이란 소식이 나왔다. 이란은 제재를 유예하지 않으면 과거보다 더 빨리 핵무기 개발용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것이라고 대응해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세를 탔다. 글로벌 경기 회복,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에 힘입어 올랐다. 북미·북해의 주요 파이프라인 가동 중단, 이란 반(反)정부 시위 확산, 베네수엘라 생산 감소까지 겹쳐 공급 차질을 겪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지난 4주 연속 올라 상승률이 11%에 달했다.

지난 10일 씨티그룹은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당 70~80달러 범주에 안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공급량이 빠듯한데 이란, 베네수엘라 등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근 선물시장에서 투기적 매수세가 대폭 증가한 배경으로 꼽힌다. 달러화가치 약세도 유가 상승 원인 중 하나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원유는 달러가치가 낮아지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셰일원유 증산은 여전한 변수

하지만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어 고공행진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1000명의 에너지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올해 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이란 예상이 대다수였다.

프란시스코 블랜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상품·파생담당 총괄은 지난해 말 기자와 만나 “브렌트유가 겨울 난방철, 여름 휴가철 등에 배럴당 70달러를 넘을 수도 있지만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유가가 오르면 (미국에서) 셰일오일 생산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앞으로 5년간은 배럴당 50~70달러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 상승은 OPEC의 감산 의지도 약하게 할 수 있다. 이란의 비잔 잔가네 석유장관은 지난 9일 “일부 OPEC 회원국은 미국 셰일업계의 증산을 우려해 배럴당 60달러가 넘는 유가 상승을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감산 정책이 경쟁자인 셰일오일업계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우려다.

EIA는 11일 낸 ‘1월 에너지 단기 전망’에서 올해 미국의 산유량이 사상 최고 속도로 늘어나 1030만 배럴에 달하고, 내년엔 108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사상 최대였던 1970년대 960만 배럴을 훨씬 웃돈다.

이런 점을 감안해 EIA는 세계 원유 수급이 오는 2분기부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메르츠방크의 유진 와인버그 애널리스트는 “배럴당 70달러는 너무 비싸다”며 “미국 셰일업계가 반응하면서 OPEC의 감산 전략은 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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