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간담회에 참석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행사 직후 본부장급 이상 임원 8명을 소집해 회의를 열어 대화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 정도 지나 정책방향 등의 윤곽이 잡히는 상황에서 새 정부와의 간담회가 성사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새 정부의 여러 현안에 대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도 “기업들이 경영 과정에 느낀 애로사항을 비교적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권 회장은 이날 저녁 늦게 소집한 임원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기업별 애로를 미리 파악하고 국내 산업 육성 및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참석자들도 국가 경제 발전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나도 제조업에 스마트 솔루션을 접목해 하이브리드산업으로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며 “일자리 나누기나 비정규직 전환 문제 등을 비용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사고를 전환해 적극 검토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간담회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기업의 입장이나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며 소통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세계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는 글을 간담회 사진과 함께 올렸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간담회에서 그룹별 현안을 자세히 꿰고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을 끄집어내 참석 기업인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이 어려움을 겪고 미국의 반덤핑 공세로 포스코가 철강 수출에 애로를 겪는 상황을 대통령이 소상하게 알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날 생맥주를 두 잔 이상 비운 기업인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이다. 긴장한 탓인지 대부분 기업인은 간담회 내내 한 잔을 놓고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결국 기업에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 압박을 한 자리가 된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최저임금 및 전기요금, 법인세 인상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정작 속 깊은 얘기가 오가긴 힘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장창민/안대규/노경목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