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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속의 경제史

(性속의 경제史) 로마의 목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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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담·성풍속연구가) 목욕탕이 언제나 환락의 장소였던 것은 아니다. 일본의 혼탕은 동네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안부를 전하는 그런 곳일 뿐 희롱하고 농탕질하는 그런 음란한 장소는 아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아이들 아저씨들이 어울려 등도 밀어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사랑방이다. 목욕탕은 음란보다는 휴식하고 체력을 보충하는 그런 장소다.

북구나 러시아의 사우나는 그런 면에서 정말 추천할 만하다. 러시아의 사우나는 「바냐」라고 불리는데 누구든 목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이용하기에 그만한 장소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냐는 물론 남녀가 엄연히 구분되어 있지만 러시아 사람들이 꼭 그런 구분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목욕탕에 따라 남녀가 시간을 정해 이용하도록 한 작은 동네 바냐도 있지만 크렘린궁을 마주보는 유서깊은 귀족들의 동네에는 거창하고 웅장한 그래서 대형극장을 연상케하는 남성전용의 바냐들도 있다.

뜨거운 사우나실은 무엇보다 러시아인들 만이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온도를 자랑하지만 감히 다른 나라 사람이 그 열기를 견뎌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냉탕의 물은 또 얼음물과도 같이 차갑다. 여기서 냉온탕을 몇번이고 들락거린 다음 보드카나 맥주를 마시고 차를 들며 한가하게 담소하는 풍경은 볼만하다. 물론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때밀이겸 안마사들이 배속되어 있다. 놀랍도록 숙련된 이들로부터 안마를 받는 것은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몇안되는 기쁨들중 하나다. 사실 육체라는 것은 우리에게 즐거움 보다는 괴로움을 더욱 많이 주는 것 아닌가.

그러나 로마에서부터 현대의 사우나에 이르기까지 목욕은 많은 경우에 성적 쾌락의 전조였다. 르네상스에서도 목욕은 언제나 남녀가 농탕질하는 그런 장소를 의미할 정도였다. 로마의 목욕탕은 따로 남녀탕의 구별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목욕 가운을 걸치기는 했지만 물에 젖은 얇은 목욕 가운이라는 것은 차라리 벌거벗은 몸매보다 더욱 자극적이게 마련이다. 사실 가린 것이 없다는 것은 얼마나 추한 것인가. 다만 그것을 성적수치심이라고 말하기에는 인간의 벌거벗은 육체는 대부분의 경우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된다. 로마의 목욕탕은 충분한 수의 여자 안마사들을 두었고 안마를 받는 밀폐된 방들이 있었다. 밀폐된 방에서 노곤한 안마가 시작된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다. 다만 진짜 터키식 목욕탕은 몇 년전 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찜질방과 거의 비슷하다. 돌을 뜨겁게 달구어 온몸을 지지는 그런 목욕탕이 바로 진짜 터키식이다.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