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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지사 부인 민주원 씨 "희정씨는 평생 욕 한번 안해…'정떨어진다' 표현에 가슴이 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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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부인 25시 - 안희정 충남지사 부인 민주원 씨

남편은 30년 동지·친구
부부싸움 때도 그런말 안해…분란 더 이상 커지지 않기를

호남 돌며 지원 강행군
교수들 만나고 배식 봉사…복지관 찾아 안희정 알리기

갈등 치유하는 일 하고파
현세대는 세월호가 트라우마…정치권, 편가르기 안돼

“맛있게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23일 오후 전북 전주 꽃밭정이노인복지관에서 만난 안희정 충남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53)는 배식판에 반찬을 담느라 분주했다. 앞치마 차림으로 식판을 나르던 그는 배식이 끝나자 테이블을 돌며 어르신들의 어깨를 주물렀다. 안 지사의 팬이라는 봉사단원과는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안 지사의 지원 유세에 나선 민씨의 표정은 밝았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경선 현장투표 결과 유출 파문에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에 돈 ‘투표 결과 문건’에는 안 지사가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1위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격차를 좁혀 온 안 지사 측으로선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민씨는 “떠돌아다니는 문건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에 비해 당 조직력도 약하고 이 시장처럼 열성적인 팬심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초반 득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앞으로 결과는 안 지사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최종 결과는 기다려봐야 한다”며 걱정하는 지지자들을 다독였다.

복지관의 한 어르신은 “형님(문재인)에게 대드는 예의 없는 후보는 싫다”며 민씨의 손을 뿌리쳤다. 안 지사가 지난 22일 문 전 대표에게 “정이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민씨는 안 지사의 글이 논란이 되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고 했다. 그는 “남편은 평생 욕 한 번 안 한 사람”이라며 “부부싸움하면서도 정 떨어진다는 표현은 안 하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민씨는 “저와 악수하지 않으려고 주먹을 꽉 쥐시는 분의 손가락을 하나씩 펴고 꼭 잡아드렸더니 웃으면서 가셨다. 안 지사의 진심이 언젠가는 통할 것”이라며 “더 이상 분란이 커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전남 광양과 여수를 찾은 데 이어 이번주는 전주와 광주를 오가며 강행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날 오전엔 전북대 교수들과 만났고, 배식 봉사를 마친 오후엔 청소년 상담복지센터를 찾았다. 그는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연극상담 치료를 6개월 동안 했는데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바르게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했다. 고교를 중퇴하고 대학 시절 민주화운동을 함께 한 ‘30년 동지’인 안 지사에 대해 “남편도 문제아였다”며 상담사를 격려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83학번으로 졸업한 뒤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친 그는 청소년 복지와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다. 교직을 떠난 뒤 아동상담학을 공부했고 소외계층 아이들의 심리상담 봉사도 다녔다. 민씨는 “얼굴이 알려지면서 상담을 제대로 못하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민씨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아동복지정책에 기여하고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호남 지역을 돌아보니 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 국민까지 갈라졌다”며 “지난 총선에서 누구는 민주당, 누구는 국민의당을 찍었다며 서로 등을 돌리는 등 갈등만 더 커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세대가 광주 5·18항쟁이 트라우마였듯이 지금 세대는 세월호가 트라우마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세월호도 광주처럼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내버려져 있다. 세대를 넘어 아픔이 이어지고 정치권은 이를 이용해 편가르기하고 있다”며 “이런 갈등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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