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해 6월 내놓은 물가수준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사과 등 농산물 수입을 주장한 것은 농업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유상대 한은 부총재가 불려가 “농산물 가격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며 질타받았을 정도다.
한은의 주장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사례도 있다.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지역균형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데는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도 ‘5극3특’ 등 거점을 중심으로 한 광역 생활권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역별 비례 선발제를 주장한 교육 관련 보고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직 대학 중 이를 적용한 곳은 없지만 국회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지역 의원이 많다.
부동산 신용 집중 문제를 지적하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전세 대출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10·15 부동산 대책에 1주택자에 한해 반영됐다. 한국형 리츠를 활용한 주택금융 활성화 방안은 현 정부의 적금 주택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불안정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기반 단기금융시장을 무위험지표인 KOFR 기반으로 바꾸는 개혁은 순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택시 면허 매입 후 자율주행택시를 허용하자는 보고서는 관계부처와 업계가 저자를 수차례 불러 설명을 듣기도 했다. 서비스업 발전을 통해 수출을 다변화하자는 주장도 관계부처의 공감을 얻고 있다.
청년 고용 감소를 막기 위해 임금 조정이 수반된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보고서는 여전히 논쟁이 많다. 여당 의원들의 법안 대다수는 임금 조정 없는 정년 연장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법안에 ‘임금 조정을 할 수 있다’ 정도의 표현이 담기기 시작했다. 강제성 없는 문구이지만 청년 고용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인식 변화라는 평가도 나온다.

‘잠재성장률’이 대통령 선거 공약과 새 정부의 주요 목표로 등장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 1.9%로 하락한 잠재성장률을 3%로 높이겠다고 공언했고, 최근 국무회의에서는 “잠재성장률 하락 흐름을 반전시키는 첫 정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구조개혁은 필수다. 한은이 ‘오지랖’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구조개혁 목소리를 계속 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개혁을 위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 그 결정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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