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의 몸값이 5000억 달러(약 700조원)로 불어나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직원들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거래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500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4000억 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게 10억 달러를 넘어선 기업은 유니콘(unicorn)이라고 한다.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과 같이 현실에서 보기 쉽지 않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를 돌파하면 데카콘(decacorn)이라고 부른다. 유니콘의 유니가 숫자 1을 뜻하는 데서 착안해 숫자 10을 뜻하는 접두어 데카로 바꾼 것이다. 1000억 달러를 넘어서면 헥토콘(hectocorn)이라고 한다. 숫자 100을 의미하는 헥토에서 유래했다.
유니콘의 100배 몸값을 자랑하는 헥토콘 기업은 몇 개나 될까.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에 모두 여섯 개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1년 새 네 개 기업이 헥토콘에 새로 탄생했다"며 "여섯 곳의 가치를 합산하면 일본 정부 예산의 두 배 수준"이라고 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 다섯 곳, 중국에 한 곳이다. 미국에는 오픈AI와 스페이스X 외에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업체인 데이터브릭스(1000억 달러), 머스크가 운영하는 또 다른 AI 기업인 xAI(1130억 달러), 오픈AI의 경쟁사인 앤스로픽(1830억 달러)이 있다. 중국에선 '틱톡' 운영 업체인 바이트댄스(3000억 달러)가 이름을 올렸다.
2015년 비영리단체로 설립된 오픈AI는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디지털 지능을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지난해 10월 헥토콘에 진입한 데 이어 1년 만에 기업가치가 세 배로 더 불어났다. 오픈AI의 성장은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챗GPT가 요청받은 하루 평균 메시지는 지난해 6월 4억5100만건에서 올해 6월 26억2700만건으로 폭증했다. 챗GPT의 한국 이용자 수는 지난달 2000만명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흑자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상반기 매출이 43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손실이 78억 달러로 더 컸다. 현금이 풍부한 미국 빅테크에 비해 '쩐(錢)의 전쟁'에서 불리한 조건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금 조달을 이어가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튜브 '한경코리아마켓' 채널 모닝루틴 라이브에서 더 많은 경제뉴스와 시사용어를 볼 수 있습니다. www.hankyung.com/mr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