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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소라2' 인기에 거세지는 '사후초상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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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레슬링하는 호킹' 등
역사적 인물들 웃음거리로 전락
유족들 "AI 영상 멈춰달라" 요구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휠체어를 타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WWE 레슬링 경기(사진)를 벌인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연설 중 최근 총격으로 사망한 보수 논객 찰리 커크를 두고 농담한다. 모두 오픈AI 인공지능(AI) 영상 제작 애플리케이션 소라2로 제작한 영상의 내용이다. 소라2는 출시 5일 만에 챗GPT보다 빠른 속도로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AI 영상 돌풍을 일으키면서 각종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다. 사후 초상권 논쟁이 대표적이다.

흑인 민권운동가인 맬컴 X의 딸 일리아사 샤바즈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이미지가 이렇게 무례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니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AI 영상으로 부활한 맬컴 X 역시 마틴 루서 킹과의 대화 중 저속한 농담을 하는 등 희화화의 소재가 됐다. 2014년 별세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딸 젤다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아버지의 AI 영상을 그만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마틴 루서 킹의 딸 버니스 역시 “(아버지의 AI 영상 제작·확산을) 제발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오픈AI는 소라2를 출시하며 실제 인물에 기반한 AI 영상에 대해 “본인 동의하에 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규정에서 ‘역사적 인물’은 제외됐다. “역사적 인물을 묘사하는 데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유족들의 비판이 빗발치자 “최근 사망한 유명인의 대리인에게 영상 차단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다만 ‘최근’의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미국 다수 주정부는 법과 판례로 사후 유명인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초상사용권’(퍼블리시티권)을 규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와 인디애나주는 각각 유명인의 가족 등 관계자가 사후 70년, 100년간 초상사용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WP는 “죽은 사람을 디지털로 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통제할 수 없다는 불편한 문제를 유족들이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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