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인 민권운동가인 맬컴 X의 딸 일리아사 샤바즈는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의 이미지가 이렇게 무례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니 가슴 아프다”고 토로했다. AI 영상으로 부활한 맬컴 X 역시 마틴 루서 킹과의 대화 중 저속한 농담을 하는 등 희화화의 소재가 됐다. 2014년 별세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딸 젤다는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아버지의 AI 영상을 그만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마틴 루서 킹의 딸 버니스 역시 “(아버지의 AI 영상 제작·확산을) 제발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오픈AI는 소라2를 출시하며 실제 인물에 기반한 AI 영상에 대해 “본인 동의하에 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규정에서 ‘역사적 인물’은 제외됐다. “역사적 인물을 묘사하는 데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유족들의 비판이 빗발치자 “최근 사망한 유명인의 대리인에게 영상 차단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다만 ‘최근’의 범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피했다.
미국 다수 주정부는 법과 판례로 사후 유명인의 목소리와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초상사용권’(퍼블리시티권)을 규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와 인디애나주는 각각 유명인의 가족 등 관계자가 사후 70년, 100년간 초상사용권을 갖도록 하고 있다. WP는 “죽은 사람을 디지털로 복제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통제할 수 없다는 불편한 문제를 유족들이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