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 모든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가 형사처벌을 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던 것이다.
A씨에게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벌금과 생활비 목적이라고 말했던 것도 거짓이었다. B씨는 돈을 빌릴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었던 데다 금융권을 비롯해 여러 개인 채무를 짊어지고 있었다. 수입의 대부분을 생활비와 기존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
수사기관은 B씨가 A씨에게 빌린 돈을 약정대로 변제할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고 봤다. A씨를 속여 빌릴 생각조차 없는 돈을 편취했다는 것이 수사기관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노동청에 A씨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한 것은 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A씨가 아르바이트 비용을 지급했던 내역과 B씨가 노동청에 제출했던 진정서, 양측 간 계좌 거래내역이 증거로 제시됐다.
기 부장판사는 "B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고 사기 범행 피해자이자 무고 범행의 피무고자인 A씨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무고로 중한 피해 결과가 야기되지는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만약 직원이 빌려간 돈을 갚지 않고 퇴사한다면 사업주나 기업 입장에선 골칫거리로 남는다. 원칙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이나 퇴직금에서 받지 못한 돈을 상계하는 것은 금지된다.
실제로 매월 돈을 갚겠다는 외국인 직원의 말을 믿고 250만원을 빌려줬던 음식점 사장은 오히려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이 직원도 B씨와 마찬가지로 돈을 빌린 뒤 사장을 임금체불로 고소했다. 사장은 이 직원에게 받아내야 할 돈이 있어 임금을 지급하지 않다 역으로 당한 것이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받아야 할 돈이 있었던 만큼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2022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퇴직금은 근로자 동의를 얻더라도 상계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근로자가 돈을 빌리고 퇴사할 경우 동의를 얻어 다른 임금채권에서 일부를 상계하거나 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과 같은 민사소송을 활용해 받아내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채권과 상계할 수 없도록 금지한 것은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기업 입장에선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면 빌려주는 돈인지, 임금을 미리 지급하는 가불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돈을 빌려주는 형식이라면 임금채권과 상계할 수 없지만 가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불의 형식으로 돈을 지급한다면 이를 제외하고 임금을 주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임금을 미리 앞당겨 받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대여와 임금 선지급 여부를 명확하게 구분해 분쟁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줄이는 것이 사업주나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며 "가불의 경우도 근로자들 사이에 형평성이 어긋나지 않도록 미리 지급기준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 노무법인 공인노무사도 "사내대출금이 남았다면 근로자 동의가 있다 하더라도 퇴직금을 제외한 월급 같은 다른 임금채권에서 상계 처리하거나 민사소송 절차를 밟아 반환받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