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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아직 팔지마세요"…증권가 조언 이유는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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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77% 뛴 삼성전자, 증권가에선 '아직 팔 때 아냐'
실적전망·목표주가 줄상향
'3분기 실적 발표때 엔비디아 호재 밝힐 것' 전망도



삼성전자 주가가 ‘9만전자’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증권가에선 ‘아직 팔때가 아니다’라는 전망이 나온다.
9만원대도 '안착' 역대 최고가 내다보는 삼성전자
10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삼성전자는 6.07% 오른 9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다. 이날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558조8138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이날 주가는 장중 역대 최고가에 가깝다. 삼성전자는 2021년 1월11일 장중 9만6800원에 거래된 게 역대 최고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장이 열리지 않는 추석 연휴 기간에 발생한 여러 반도체 관련 호재가 10일 개장 후 한번에 반영되면서 반도체주에 수급이 쏠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기업 AMD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수백억달러 규모 인공지능(AI) 칩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AI 투자 증가세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다 국내외에서 나온 ‘메모리반도체 수퍼사이클’ 전망이 겹치면서 주가가 확 올랐다는 설명이다.
증권가 “12만 전자 간다”
증권가는 잇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날까지 지난 한달간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22곳이다. 이중 네 곳을 제외한 18곳이 목표주가를 올려잡았다. 이들 증권사가 지난 한달간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액은 9만7300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2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날 투자의견을 낸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중순 제시한 목표주가 9만5000원을 약 한 달만에 11만5000원으로 22.3% 올렸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주요 고객사인 AMD가 오픈AI와 대규모 GPU 공급 계약을 했다”며 “AMD 등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해 부진했던 HBM 출하량을 메꾸면서 내년엔 DRAM 3사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반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HBM 계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이는 추가적인 실적 상향 요소”라고 했다.
실적전망도 잇따라 상향
주가 기반 요소인 실적에 대한 전망도 오름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이날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매출액을 83조8252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9조8997억원이다. 3개월 전 예상에 비해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17.7%씩 눈높이가 올라갔다.

메모리 업황이 기존 예상에 비해 빠르게 나아지면서 기존 전망에 비해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금투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서비스 확산세에 소규모 데이터센터 등의 활용이 늘면서 기존엔 수요 전망에 별 무게를 두지 않았던 범용 메모리반도체 제품까지 수요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체 D램 생산능력의 78% 가량을 범용 D램용으로 할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가동률이 오르고, 이 사업부의 일회성 비용이 줄면서 3분기 호실적이 나올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범용 메모리 수요 본격 반등은 지난 9월부터 시작됐다”며 “이로 인한 본격적인 레버리지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는 시기는 올 4분기부터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실적에 더불어 낸드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면서 메모리 전반의 평균판매가격(ASP)가 오를 전망”이라며 “삼성전자는 실적 우상향 구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AI 추론 서비스가 본격 확산하면서 RAG 수요도 함께 증가. 이를 받치기 위해선 외부 데이터베이스가 중요. 이때문에 기업용 SSD 수요도 늘 수밖에 없다”며 “범용 DRAM은 수급이 개선되면서 내년 1분기까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3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웃돌아 10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 3분기에 영업이익 10조2000억원을 달성해 2022년 3분기 이후 3년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길 전망”이라며 “2016년 이후 9년만에 장기 실적 개선세에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

내년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53조5000억원에 달해 2018년 이후 8년만에 최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전망이다. 김 연구원은 “D램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전망이고, 내년엔 엔비디아 HBM4 공급 다변화의 직접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낸드 가격 상승 추세도 올 하반기부터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DS) 부문 실적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전반이 2분기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며 “상반기에 집행된 일회성 비용이 제거되면서 영업이익이 상당 수준 나아질 전망”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상반기에 반도체 재고자산에 대한 평가손실 충당금과 비메모리 사업 재고 충당금을 실적에 대폭 반영했다.

그는 “다만 영상디스플레이(VD)와 가전 사업은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며 “가전은 영업적자 가능성도 예상한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가전·VD사업부는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전체 매출의 약 21% 비중을 차지했다.
“지금 팔긴 아쉬워…기보유자 '홀드'”
삼성전자 주가는 올들어 이날까지 약 77% 올랐다. 10월 들어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4조8650억5136만원어치 대거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를 5조3674억767만원어치 매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가에선 이를 두고 ‘아직 팔때가 아니다’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까지는 반도체 사이클 피크아웃(정점) 시그널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보유자라면 연내엔 일단 팔지 말고 가져갈만 하다”고 했다. 실적 전망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만큼 공급 과잉이나 사이클 정점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굳이 팔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 급등한 주가도 큰 부담이 아니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 주가는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함정에 갇힐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과거 밸류에이션은 과거의 유산일 뿐”이라고 했다. AI 확산 등 컴퓨팅 혁신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핵심 요소인 만큼 AI 도입 이전 과거의 주가 수준에 얽매여 생각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류 연구원은 “지금은 컴퓨팅 시스템 자체가 변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역할이 늘고 있고, 사업을 대하는 공급업계의 시각도 변하는 시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급등한 주가에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사이클을 즐겨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률은 경쟁사인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AMD 주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만큼 향후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품질테스트 통과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다음 관문인 HBM4 퀄테스트 통과 일정은 내년 1분기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오는 14일 올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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