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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체육대회 밖에선 '조공 경쟁'…불붙은 팬심 덕 본다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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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추석 방송 꽉 채우는 '팬심'
'아육대' 녹화 직후부터 SNS 화제성 챙겨
374명 참가 역대급 규모로 시청률 상승 정조준
3분만 티켓 매진, 고척돔 '떼창' 일으킨 조용필
특집 3부작 편성으로 팬심 끌이



"온종일 배고플 틈이 없었다"
"이게 바로 '아육대' 역조공 정식"
"아육대가 아닌 사육대"
"우리 OO이 왜 이렇게 무리해"


명절 연휴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아육대)' 녹화가 끝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역조공 인증샷이 쏟아졌다. 아이돌 그룹 및 그들의 소속사가 응원하러 와 준 팬들에게 식사와 간식·보조 배터리 등 필요 물품을 선물하는 이른바 '역조공'을 자랑하고,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게시물들이었다.

사실 역조공의 이면에는 열악한 방송 녹화 환경이 있다. 새벽부터 동원된 팬들은 밤까지 한 장소에 머무르며 녹화에 참여해야 한다. 외부로 나가는 것도 여의찮아 간단한 간식으로 주린 배를 때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가수와 소속사가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육대' 발 뷔페 급 '역조공'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방송에 동원되는 가수 측에서 팬들의 식사까지 책임지면서 "이러한 구조가 맞느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팬들이 응원하는 팀에 대해 더 큰 돈독함을 느끼는 계기가 되고, 이러한 현상이 경기장 밖 '역조공 경쟁'으로까지 이어지니 가수 측에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아이돌들이 바쁜 스케줄에도 경기 참여를 위한 연습에 매진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부상도 꾸준히 발생하면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 하지만 팬덤 화력 덕에 '아육대'는 명절마다 시청률을 책임지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수년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 '아육대'는 수도권 가구 시청률 4.1%로 동시간대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었다. 화제성 면에서는 단연 압도적이었다. TV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자료에 따르면 지난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14~18일 OTT를 제외한 TV 비드라마 화제성 순위에서 '아육대'는 1위를 차지했다. 화제성 점유율도 20.1%로 1위를 기록했다.

화제성을 이끄는 건 역시나 팬덤이다. 팬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댄스 스포츠 선수 출신 케플러 샤오팅, 양궁에서 과녁 가운데에 위치한 카메라 렌즈를 뚫은 레드벨벳 아이린, 세븐틴 도겸, 제로베이스원 김지웅, 계주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NCT 위시 유우시 등이 '아육대' 스타로 주목받았다.

올해는 15주년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출연진으로 구성해 더 큰 화제성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총 61개 팀, 374명의 아이돌 스타가 출전한다. 라이즈·피프티 피프티·미야오·하츠투하츠·루시가 처음 합류했으며, 권총 사격이 새로운 종목으로 신설됐다. 6일부터 8일까지 3회 편성됐다.


팬덤 열기는 아이돌에 그치지 않는다. '가왕(歌王)' 조용필 콘서트의 파급력 또한 올 추석 안방으로 옮겨온다.

조용필은 지난달 고척스카이돔에서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를 개최, 1만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KBS에서 광복 80주년 대기획으로 준비한 해당 공연은 예매 시작 3분 만에 관람권이 매진되며 조용필을 향한 팬들의 열띤 사랑을 증명해냈다.

당시 현장은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들로 북적였다. 부모·자녀가 동반한 일행이 많았으며, 백발의 어르신들이 응원봉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떼창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용필은 '미지의 세계'로 포문을 연 데 이어 '못찾겠다 꾀꼬리', '자존심', '그대여', '추억 속의 재회', '창밖의 여자', '촛불', '어제, 오늘 그리고', '고추잠자리', '꿈', '바람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 '바운스', '그래도 돼', '찰나',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여행을 떠나요' 등 2시간 반을 꽉 채워 명곡 무대를 선보였다.

콘서트 실황은 명절마다 '킬링 콘텐츠'로 꼽혀왔다. 특히 팬층이 넓고 견고한 가수일수록 화제성, 시청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섭외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S 박지영 대형이벤트단장은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조용필 섭외가 어려웠음을 밝히며 "우주의 기운이 잘 몰려 KBS라는 그릇에서 조용필 선생님의 공연이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나훈아, 심수봉, 임영웅, god, 박진영이 공연한 데 이어 조용필까지 추석 안방을 찾게 됐다. 조용필을 내세운 특집은 팬심을 등에 업고 역대급 규모인 3부작으로 편성됐다. 지난 3일 전파를 탄 프리퀄 형식의 방송에 이어 6일 콘서트 현장이 이례적으로 20분 확대 편성돼 무려 3시간 동안 방송된다. 8일에는 콘서트 비하인드 다큐멘터리가 공개된다.

이 밖에도 막강한 팬덤 파워를 자랑하는 임영웅의 콘서트가 지난 4일 SBS에서 방송됐으며, 오는 8일에는 이승환이 데뷔 35주년을 맞아 기획부터 무대 연출까지 직접 참여한 콘서트 '헤븐'이 전파를 탄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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