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기한 지났다. 별 볼일 없다."
한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결혼하지 않은 여직원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여직원의 연령과 혼인 유무에 따라 이 같은 성희롱을 일삼은 것이다.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사장은 여직원들에게 '애기야, 아가야, 아줌마, 아가씨'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추우면 냉 나온다"는 말도 내뱉었다.
한 여직원에겐 "치마가 길으니 짧게 입어라, 역시 아가씨들은 치마를 입어야지 예뻐"라고 말한 뒤 "치마를 짧게 입어야지 예뻐"라면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 직원은 이사장의 말을 듣고 성희롱이라고 생각해 그 이후로 치마를 자주 입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다른 여직원에겐 "아줌마들은 바지 입는 거고 아가씨들은 치마 입어라"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여직원을 향해선 "너는 키가 작으니 하이힐 신고와라"라고 말했다.
이사장의 막말은 끊이지 않았다. 한 여직원이 다리에 멍이 들거나 입술이 터 있을 경우엔 "주말에 남자친구를 만났냐, 뭘 했길래 멍이 들었냐"고 물었다. 또 "나는 엉덩이만 봐도 살이 빠진 것을 알 수 있다"거나 "키도 크고 얼굴도 예쁘고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다 예쁘다", "너를 사랑하고 예뻐해서 그렇다, 여기 와서 너를 보고 회춘한 것 같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사장은 동일인에게 대출 한도를 초과한 금액을 빌려준 비위 행위도 드러났다.
이사장은 법원으로 향했다. 중앙회를 상대로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 이사장은 법원에서 중앙회가 이사장을 다시 선출할 것을 요구한 조치가 실효됐다고 주장했다. 예비적으로는 중앙회의 조치가 무효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구했다.
중앙회 조치의 효력 유무를 다툰 이유는 이사장의 비위 행위가 전임 임기 때 있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이사장은 2020년 1월 이사장에 취임했고 지난 3월 치러진 전국 선거에서 다시 당선됐다.
성희롱에 관해선 성적으로 모욕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아줌마나 아가씨와 같은 표현도 습관에서 나온 것일 뿐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추우면 냉 나온다"는 발언의 경우 냉이 여성의 질 분비물인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로 추위와 연결해 생각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출 한도 초과 행위에 대해선 "대출을 실행할 당시 각 대출들이 동일인 대출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는 경우라고 판단해 대출을 취급한 것이기 때문에 동일인 대출 한도 위반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줌마·아가씨란 호칭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선 "그 자체로 피해자들에 대해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그 표현의 정도를 보더라도 피해자들에게 성적인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냉이 여성의 질 분비물인 줄 몰랐다'는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선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봤다.
동일인 대출 한도 초과의 경우 이사장이 문답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섞여 대출금이 사용되는 등 저희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한다. 앞으로 철저하게 확인 후 대출을 진행하겠다.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사장이 사용한 표현이 피해자들에게 성적인 불쾌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에 이르고 피해자가 다수"라며 "장기간에 걸쳐 성희롱을 하면서 집요하게 피해자를 괴롭혀온 점을 고려하면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상급자가 직장 내 성희롱을 저지르는 경우를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다. 대법원은 2008년 판결을 통해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보아 어떠한 성희롱 행위가 고용환경을 악화시킬 정도로 매우 심하거나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경우" 징계해고가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쉽게 징계권을 남용했다고 봐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는 카드회사 지점장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휘·감독을 받는 여직원 8명을 상대로 14회에 걸쳐 성희롱을 저지른 사건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판단기준이다.
법적 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은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사건은 서울고법 제38-1민사부가 맡는다. 이사장 소송대리인은 최근 법원에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