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지하 주차장 등 상대적으로 입주민들의 눈길이 덜 가는 곳에 불이 나면 인공지능(AI)이 감지하고 상황을 분석해서 관리사무소에 알려주기까지 하죠."
이승오 트러스테이 대표(사진·45)는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AI 기반 단지 내 화재 발생 자동 감지 시스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파트 화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가구 안에서 일어나는 화재를 비롯해 놀이터, 커뮤니티시설 등 공용부 화재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최근엔 전기차가 일상에서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전기차 화재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인천 서구 청라신도시에서 일어난 화재가 대표적이다.
트러스테이의 화재 감지 시스템의 핵심은 바로 비전 AI다. 비전 AI는 이미지나 영상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말한다. 사물을 인식하고 이미지를 분류하며 객체를 추적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화재 발생 자동 감지 시스템에 활용된 비전 AI는 말 그대로 화재 현장의 영상을 학습했다. 1만7000여개의 영상을 학습했고 기회가 닿는 대로 학습을 이어가고 있다.
이 AI는 아파트 공용부에 있는 폐쇄회로(CC)TV에 설치된다. CCTV에 설치된 AI는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가 불이 나게 되면 감지에 들어간다. 연기가 피어오를 때부터 감지에 들어간다. 간혹 수증기를 화재로 착각해 오인 신고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AI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
이승오 대표는 "연기가 나는 시점부터 AI가 감지에 들어가고 동시에 해당 화면이 바로 녹화되기 시작한다"며 "연기에 시작해 화재로 넘어가면 AI 역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고, 만약 단순 수증기 등이었다면 감지에 그치는 식이다. 초기 상황부터 감지에 들어갔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불이 커지기 시작하면 AI도 분주하게 분석을 시작한다. 화재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어디서부터 시작된 화재인지, 다음 대응에 나서야 하는 시점인지 등을 판단하게 된다. 화재 초기부터 큰 화재로 이어질 때까지 현장 CCTV는 녹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화재 리포트가 발간된다. 이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바로 통보된다. 관리사무소에선 이를 바탕으로 소방서에 신고한다.
이 대표는 "현재 감지-분석-알람-신고-사후보고 총 5단계의 경보 단계를 거쳐 AI 리포트로 정리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CCTV가 없는 사각지대는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질문엔 "AI 화재 감지 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아파트가 지어질 때부터 있었던 기존의 화재 감지 시스템은 남아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AI 화재 감지 시스템이 도입돼 기존 시스템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AI 화재 감지 시스템이 더욱 정교하게 작동하려면 다양한 화재 상황에 대한 학습이 절실한 상황"이라면서 "소방당국의 화재 데이터나 향후 당국 시스템과 연계가 된다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앱(응용 프로그램)인 노크타운과 연계에 불이 났을 때 주차 단속기를 임의로 개방한다든지, 입주민들의 대피 장소를 앱 푸시를 통해 알리는 등의 방법으로 화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방식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트러스테이는 비전 AI를 화재에만 활용하진 않는다. 이미 주차단속에도 적용하고 있다. 비전 AI의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스캔하고 불법 주차나 미등록 차량, 예약 시간 초과 차량 등을 실시간으로 단속한다.
관리자가 스마트폰으로 차량 번호판을 찍기만 하면 등록 차량 여부와 위반 여부가 앱에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인식률도 약 85~90% 수준으로 낮이든 밤이든, 실내든 실외든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AI 기반 주차 단속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단지에서는 이미 큰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며 "기존보다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고 정확도도 개선돼 관리사무소 입장에서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트러스테이는 2가지 AI 기술 말고도 커뮤니티 시설 관리 전자장치(Operation AI), 아파트 커뮤니티 고객지원 자동화,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개인화 맞춤 서비스 및 관리자를 위한 운영 자동화 기능 제공, 법률 기반 자연어 응답 생성 등 주거 AI 특허 6건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AI를 활용해 진출하고 싶은 분야는 실버타운 분야다. 국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 초고령사회 진입이 빨라지면서 시니어 레지던스, 즉 통상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실버타운이 미래 신성장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서울 마곡 VL르웨스트, 서울 강남과 인천 청라의 더 시그넘 하우스, 의왕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위례 심포니아 등 실질적인 공급도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는 "향후 AI를 활용한 계획으로는 실버타운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실버타운 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전사고와 관련한 부분일 것이다. 질병이나 낙상 등으로 실버타운 입주민이 쓰러졌을 때 AI 기술을 통해 빠르게 현장을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러스테이가 추구하는 것은 '연결성'과 '확장성'이라는 설명이다.
이승오 대표는 "아파트 앱으로서 홈 IoT(사물인터넷)를 지원하고 그 안에서의 하드웨어를 연결하고 나아가 단지 안의 시설들을 예약하며 시설 간의 연결을 지원한다. 노크플레이스는 입주민 생활반경 5km 내의 시설이나 상점을 연결해 지역 상권과 단지를 연결하고 상생을 도모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트러스테이는 각 도시, 스마트시티를 연결하는 스마트시티 사업자로의 도약을 목표로 지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러스테이는 주거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목표로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거 플랫폼 기업이다. 노크타운이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다. 640개 단지, 60만가구가 사용한다. 트리마제, 갤러리아포레,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서울숲 3대장'으로 불리는 단지 등 고급 단지들도 많이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소유주를 위한 자산 임대관리 플랫폼, 홈노크, 입주민 대상 지역 상권 연결 플랫폼, 노크플레이스, 사물인터넷 기술력을 갖춘 새로운 코리빙, 헤이(heyy)를 운영하고 있다.
트러스테이를 이끄는 이승오 대표는 맨체스터대학교를 나와 딜로이트 컨설팅 비즈니스 연구원, 삼성전자 서비스 기획팀을 거친 그는 2015년 나우버스킹을 창업했다. 2019년부터 아파트너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있었고, 2021년엔 트러스테이 최고제품책임자(CPO), 2023년부턴 트러스테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영상·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