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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50유로' 내면 위조지폐 검사…한국은 왜 안 할까? [강진규의 BOK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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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가게에서 지폐를 냈을 때 형광빛이 나는지 테스트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경험할 수 있다. 위조지폐를 감별해내기 위한 '퀵테스터'가 대부분 상점에 비치돼있다. 반면 한국에선 이런 위조지폐 검사를 하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이런 차이가 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럽의 은행권 1억장당 위조지폐 발견 건수는 1866건(2024년 기준)이다. 약 5만3000장 중 하나는 위조지폐라는 얘기다. 영국이 1억장당 1977건으로 많은 편이었고, 북중미의 멕시코는 1억장당 무려 3150장이 위조지폐다.

반면 한국은 은행권 1억장이 유통될 때 단 0.7장의 위조지폐만이 발견된다. 유로화와는 2665배, 영국 파운드화와는 2824배, 멕시코 페소화와는 4500배 차이가 난다. 주요국 중 위조지폐 발견이 적은 일본(1억장당 16.5건)에 비해서도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위조지폐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국가인 유럽 등에선 위조지폐 감별이 개별 상점단위로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위폐 가능성이 너무 낮아 그럴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상반기 중 화폐 유통과정에서 발견된 위조지폐도 단 48장에 그쳤다. 액면금액 합계는 78만7000원이다. 오만원권 위조지폐가 8장에서 11장으로 증가했지만 나머지는 줄었다. 지난 2005년부터 대량으로 발견됐던 기번호 77246 오천원권 위조지폐도 14장이 발견됐다. 신규로 발견된 기번호는 총 17개였다.

한은 관계자는 "유통 은행권 대비 위조지폐 비중 추이는 2019년까지 큰 폭 감소한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들의 위폐식별 능력 향상 등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위조지폐범 검거 실적도 있었다. 충남 천안서북경찰서는 중고거래에서 위조화폐를 썼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20대 피의자 2명을 검거했다. 만원권 189장을 직접 만든 정황을 추가로 확인했다. 천안서북경찰서는 중고거래에 나섰다가 위폐범 신고를 한 A씨와 함께 한국은행 총재 포상을 받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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