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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몰라도, 말만 하면 앱 뚝딱…'바이브 코딩' 뜬다 [임현우의 경제VO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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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운영하는 또 다른 기업인 xAI가 지난 2월 개최한 한 행사. 새 인공지능(AI) 모델 '그록3'를 공개한 이 자리에선 흥미로운 시연이 등장했다. 인간이 "테트리스와 비주얼드 게임을 합친, 미친 듯이 좋은 게임을 만들어줘"라고 주문하자 그록3는 몇 분의 '고민'을 거쳐 파이선 코드를 작성했다. 알록달록한 블록이 착착 쌓이는 간단한 게임이 뚝딱 완성됐다. 머스크는 "이제 누구나 손쉽게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장면은 코딩에 낯선 문과생들에겐 놀라울 수 있지만, 사실 xAI만의 특출난 장기는 아니다.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컴퓨터 프로그램과 스마트폰 앱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람이 말로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대신 작성해 주는 '바이브 코딩'이 요즘 테크업계의 뜨거운 화두다.
"코딩 몰라도 괜찮아, AI한테 말만 해"
바이브 코딩은 오픈AI 공동창업자인 안드레이 카파시가 올 2월 소셜미디어에서 만든 신조어다. 느낌을 의미하는 바이브(vibe)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업인 코딩(coding)을 합친 것이다. 복잡한 코드를 입력할 필요 없이 '느낌 가는 대로' 지시하고, 실행해 보고, 수정해 주면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바이브 코딩을 지원하는 AI 도구가 여럿 나와 있다. 커서, 윈드서프, 리버블, 볼트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분식집들의 위치를 표시하고, 영업시간 정보를 넣어서 앱을 만들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인터넷 정보를 수집해 분식집 소개 앱을 제작해 준다.

커서 개발업체 애니스피어는 올초 기업가치가 25억달러(약 3조4000억원)였지만 이달 초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는 99억달러(약 13조5000억원)로 평가받았다. 네이버는 회사 업무 전반에 커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륻 대표하는 빅테크도 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오픈AI는 '코덱스', 앤스로픽은 '클로드 코드', 마이크로소프트는 '깃허브 코파일럿', 구글은 '제미나이 CLI'라는 이름의 AI 코딩 도구를 잇달아 내놨다.

테크업계는 바이브 코딩이 개발자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 작업에 들이는 시간을 아껴 창의적인 구상에 몰두할 수 있어서다. 코드 작성 능력을 넘어 기획력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게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개발자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채용정보 업체 인디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공고는 2020년 1월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게리 탄 와이콤비네이터 CEO는 "예전에는 개발자 100명이 필요하던 일이 10명만으로 가능해졌다"며 "10명 이하 직원으로 연 100만~10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
"개발자 창의력 높일 것" vs "일자리 사라질 것"
바이브 코딩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개발자의 대처 능력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업데이트를 거칠수록 코드가 복잡해지게 마련인데, AI가 짠 구조를 사람이 파악하지 못하면 사후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해도 코딩을 하나도 모르면 이런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AI는 작업을 올바르게 수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문 용어를 써서 역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느낌'만으론 전문가를 넘어설 수 없고, 결국 '공부'가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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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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