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민을 토로했다. 지난 24일 임명된 윤 실장은 1990년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국무총리실·국무조정실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23년 7월부터 최근까지 LG그룹의 싱크탱크인 LG경영개발원 글로벌전략센터장으로 활동했다.
이른바 '대관' 업무를 담당하면서 올해 2월에는 미국을 찾아 트럼프 2기 정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기도 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26일 "기술력이 상당히 올라온 중국과의 경쟁을 피하는 곳이 늘어나는 등 기업들이 '중국 포비아(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2년 동안 기업에 몸담은 그는 한국 기업의 절박한 심정과 커지는 위기감을 절절하게 체감했다고 설명했다. 상당한 경쟁력을 쌓은 중국에 대한 위기감이 유독 컸다.
윤 실장은 "삼성과 LG도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반면에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센스와 전기차 업체인 BYD는 수년 만에 전 세계 1위 저리를 거머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장에 중국 제품 상표를 떼고 진열하면 어느 기업 제품인지 구별이 안 된다"며 "중국 제품은 여기에 가격은 30~40%가량 저렴하니 경쟁하는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TV 출하량 기준 중국 브랜드인 TCL·하이센스·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은 31.3%를 기록해 삼성전자·LG전자의 점유율 28.4%를 웃돌다.
중국 기업들은 갈수록 경쟁력을 높이면서 한국 내수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 그는 "중국 내부에서 엄청난 경쟁을 거쳐 배출한 '리지널 챔피언(Regional Champion)' 기업들이 '글로벌 챔피언'으로 발돋움하고 있다"며 "중국은 제조업 강국인 일본이나 대만, 독일 내수 시장도 뚫으려 한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이어 "내수 시장은 모든 기업의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한다"며 "하지만 중국이 한국 내수 시장도 장악하려는 움직임에 따라 많은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했고 큰 위기에 몰린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어려운 만큼 정부의 역할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산업 육성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저항과 기득권에 막히는 경우가 적잖다"며 "성장을 앞세운 새 정부가 신산업 육성과 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애로사항들과 여기서 파생되는 민생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