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은 202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같은 팀원이었던 B씨에게 팀의 화합을 위해 다른 동료와 '잘 지내면 좋겠다'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다음 날 A씨에게 해당 팀원과 잘 지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회신했지만 이내 '풀고 지낼 테니 그 사람의 의사를 물어봐달라'고 답했다.
성희롱 의혹이 제기된 건 그다음 메시지였다. A씨는 B씨에게 '저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니 감동'이라면서 "역시 능력과 미모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씨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B씨는 이에 'ㅋ'을 여러 차례 입력하고 "입에 침 바르고 말씀하신 거냐"고 답장했다.
A씨는 B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게,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는 내용과 함께 '미인은 잠꾸러기'란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A씨가 B씨에게 회식 자리에서 '오빠'라고 부를 것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가 소속된 지자체 인사위원회는 "A씨가 하급 직원인 B씨에게 외모 평가 및 신체부위 언급을 하고 회식 자리에서 오빠 호칭을 요구했는데 이는 성희롱"이라며 공무원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견책 처분과 함께 성희롱 예방교육 10시간을 수강하도록 하는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A씨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지만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그가 기댈 곳은 법원뿐이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카카오톡 메시지와 SNS 게시 행위는 B씨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고 오빠 호칭 요구를 한 사실이 없다"며 "징계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는 팀원 간 불화를 중재하는 과정에서 B씨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자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이를 치하하는 과정에서 '미모'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B씨도 이에 공치사로 여기는 듯한 취지로 반응했고 이를 종합하면 (A씨의) 메시지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행위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B씨의 키를 언급한 메시지에 대해선 "신체 부위의 언급으로 볼 수는 있지만 이는 A씨가 목격한 사람과 B씨의 동일성을 언급하기 위한 표현으로 외모 평가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A씨가 목격한 사람과 같이 있던 남자의 외모가 잘생겼다'고 하면서 B씨에 대해 '레벨이 다르다'고 한 부분도 B씨의 신체적 특징이나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에 대한 언어적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남녀 간 육체적 관계나 남성·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언어적·시각적 행위가 상식·관행에 비춰볼 때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혐오감을 느끼게 한다면 '성적 언동'으로 볼 수 있다는 판례법리를 제시했다.
공공기관 내 괴롭힘·성비위 조사 업무 경험이 풍부한 한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모두 엄청나게 증가했는데 개인적 감정으로 실제 있던 일을 부풀려 신고를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며 "징계 조치 이후에 불거질 분쟁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신고 초기 단계부터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사실관계를 철저히 파악한 뒤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