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반 동안 이혼 위기까지 겪으며 속앓이 한 걸 생각하면 아직 마뜩찮은데…더 기다려 볼까, 아니면 눈 딱 감고 팔아야하나.’
카카오페이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장기간 우리사주에 물려있던 카카오페이 직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2021년 11월 기업공개(IPO)에 앞서 우리사주 공모를 신청했다가 주가가 내리막을 타 수년 간 막대한 평가손실을 버티다 이제야 차익실현 시점을 고심하는 모양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17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 18건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증권가는 카카오페이가 송금·결제·선불충전 기능 등을 갖추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화폐와 연동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날엔 경기도가 지역화폐를 카카오페이와 연동하기로 했다.
일부는 한국증권금융 대출에다 신용대출까지 끌어 ‘풀베팅’을 하기도 했다. 당시 카카오페이 우리사주는 청약률 100%로 ‘완판’을 달성했다.
초반엔 직원들의 우리사주 평가차익이 쑥쑥 컸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한 달여만인 2021년 11월30일엔 장중 최고가 24만8500원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 기준 당시 1인당 우리사주 평가액은 9억9499만원. 공모가 대비 차익이 6억원이 넘었다.
하지만 직원들 절대다수는 이를 통해 이득을 보지 못했다. 우리사주는 퇴사하지 않는 한 공모 후 1년간 매도할 수 없어서다.
카카오페이는 이후 별다른 사업 모멘텀을 찾지 못한채 주가 하락세를 이어갔다. 작년 11월15일엔 역대 최저가인 2만1900원에 장을 마쳤다. 상장 후 최고가의 20분의 1토막 수준이다. 우리사주를 신청했던 직원들은 76.44% 평가손실을 보고 있었던 셈이다.
대출을 끌어 우리사주 청약에 나섰던 직원들은 이자 부담도 컸다. 빌린 돈으로 주식을 샀을 때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를 추가로 납부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해 담보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말 카카오페이의 우리사주 대출관련 담보설정액만 해도 305억원이 넘는다. 회사가 ‘우리사주 반대매매’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설정한 금액이다.
한 카카오페이 직원은 “우리사주를 청약할 때 대출을 받았던 직원들은 퇴사시 대출금을 3개월 내에 갚아야 한다”며 “이게 부담돼 가족간 사정 등에도 불구하고 쉽게 퇴사를 못한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카카오페이의 우리사주는 68만2458주가 남아 있다. 당초 우리사주 청약 물량 대비 20% 수준이다. 나머지 80%는 평가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손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카카오페이 직원은 “나는 대출을 받아 청약하진 않았지만, 우리사주에 상당액수가 들어간 탓에 그동안 부부싸움을 숱하게 했다”며 “이 과정에서 겪은 ‘감정적 손해’를 생각하면 4% 수익은 이득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아내는 지금이라도 전량 처분하라고 성화라 또 며칠째 냉전 중”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직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두고 곳곳에서 말이 많은데 아직 현실화한 사업은 아니다”라며 “몇년간 우리사주에 ‘데인’ 이들이 많다보니 내부에서도 지금 주가가 정점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날 스테이블코인 관련주와 카카오 주가가 확 빠진 것도 부담이다. 카카오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9.08% 내렸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급등세에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돼 이날 하루 거래가 정지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