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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양적완화 아닙니다"…손사레 친 한국은행 [강진규의 BOK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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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 양적완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종성 한국은행 시장운영팀장은 지난 26일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정례화하는 공개시장운영 제도 개편안에 관한 백브리핑에서 이같은 얘기를 꺼냈다. RP매입은 시중에 있는 국채 등 적격 채권을 한은이 사들여 유동성을 공급하는 장치로, 정례적인 매입 제도가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이 팀장은 "일각에서 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우니 '스텔스' 형식으로 (유동성 공급을) 하려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는 시장운영팀의 맨데이트(책무)를 어기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단기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시장운영의 목표인데, 그 이상의 과도한 유동성을 공급할 경우엔 단기 금리가 하락하면서 목표 달성에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날 제도 도입에 관한 Q&A 자료에서도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없다고 못박았다. "공개시장운영은 시장 수요에 맞춰 적정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구조로, 정례 RP매입을 통해 시장의 수요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한은은 "시장의 수요를 넘는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면 단기시장금리가 기준금리 밑으로 내려가통화정책이 원활히 작동할 수 없게 되므로, 한은이 시장의 수요를 초과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공대희 한은 공개시장부장도 "유동성의 과도한 공급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은이 유동성 공급 장치를 만들면서 양적완화나 유동성 추가 공급에 관해서 강하게 부인한 것은 지난 4월말 정책심포지엄에서 한은이 '양적완화 도입을 검토한다'고 알려지면서 시장의 오해를 산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선진국 중앙은행이 했던 것처럼 양적완화와 같은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에 대해 고민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 것이 양적완화 도입 검토로 보도되자 한은은 즉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후 한은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한은이 대차대조표를 급격히 확대해 본원 통화가 대규모로 공급될 경우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통화가치 하락, 외환시장 변동성 및 자본유출 증대 등에 직면할 수 있다"며 재차 설명했다.

이번 정례 RP매입도 유동성 공급 장치인만큼 유동성을 푸는 양적완화로 가는 수순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공 부장은 "양방향 RP매매를 통해 단기금리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에 (돈을 직접적으로 푸는) 양적완화는 오히려 안하겠다는 얘기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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