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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쏘나타' BMW·벤츠 방 빼라"…테슬라, 올해 3만대 돌파[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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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도전장 낸 테슬라

수입차 매장 몰린 도산대로 인근에 새 스토어
올해 韓판매 3만대 확실시...‘수입차 빅3’ 굳혀

테슬라로 옮긴 서영득 前 캐딜락코리아 대표
지난달 韓 컨트리매니저로...공식석상 첫 등장

국내 FSD 도입엔 “기술적으론 당장 설치 가능
시기는 국내외 정책·고위급 결정에 달린 일”
한국서 주행데이터 수집 여부 묻자 즉답 피해



“서울 강남 고객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테슬라 강남 스토어를 열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두산빌딩. 이곳에 국내 8번째 테슬라 스토어가 들어섰습니다. 테슬라는 온라인으로 차량 판매를 하지만 상담 및 시승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지요. 테슬라의 강남 출점은 처음이 아닙니다. 강남 스토어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지난해 문 연 신사 스토어가 있습니다.

테슬라는 왜 기존 매장 근처에 또 다른 매장을 낸 걸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답이 나옵니다. 강남 스토어는 도산공원 사거리 인근에 있습니다. 이곳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도요타 △마세라티 등 수입차와 △현대차 △기아 전시장이 밀집해있지요. 글로벌 자동차 판매 격전지란 얘기입니다.


올해 국내 3만대 돌파 확실시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1월~11월 국내 시장에 2만8498대를 팔았습니다. 전기차 화재 논란에도 BMW와 벤츠에 이어 수입차 3위(점유율 11.89%) 자리를 굳혔지요. 업계에선 연말 자동차 판매 성수기를 감안하면 올해 테슬라의 3만대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진출 9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입니다.

물론 ‘수입차 투톱’ BMW·벤츠와 비교하면 아직 격차가 큽니다. 양사는 같은 기간 각각 6만7250대, 5만9561대를 팔았습니다. 테슬라는 2025년을 승부의 해로 보고 있습니다. 내년 1분기 베스트셀링카 모델Y 업데이트 버전(프로젝트명 주니퍼)을 선보입니다. 베일에 싸인 저가형 차량도 내년에 나올 전망입니다.

격전지 강남에 판매 기지를 구축한 건 신모델을 앞세워 BMW, 벤츠와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는 전략입니다. 테슬라코리아는 “신규 매장 오픈을 계기로 한국 시장 입지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뮤지엄 컨셉의 강남 스토어
문을 열고 강남 스토어에 들어섭니다. 약 480㎡(약 150평) 규모의 이 매장엔 모델S·모델X·모델3·모델Y 등 국내 판매 중인 모든 테슬라 라인업이 전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입구 왼편에 자리 잡은 모델3 보디 프레임입니다. 내장 인테리어는 물론 모터와 배터리도 장착되지 않은 순수 섀시입니다. 차량 판매장에 왜 이런 구조물을 전시한 걸까요.



안내를 맡은 테슬라코리아 관계자는 “테슬라는 안전과 타협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차량 프레임의 흰색 부분은 알루미늄 소재입니다. 모델3 전체 중량의 21%를 차지합니다. 알루미늄은 강철보다 비싸지만 안전하고 무게를 줄일 수 있기에 테슬라 차량 제작에 적극적으로 활용됩니다.

빨간색 부분은 일반 강철보다 강도가 2배 높은 초고강도 강철입니다. A필러와 B필러 및 배터리셀 부분에 적용됩니다. 사고 등 외부 충격이 있어도 운전자 및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매장 한가운데엔 테슬라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모터 및 인버터, 변속기, FSD(Full Self-Driving) 컴퓨터가 나란히 전시돼 있습니다. 일반 고객들이 쉽사리 볼 수 없는 부품들입니다.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 및 서비스의 수직계열화를 추구합니다. 상당수 부품을 자체 개발해 내재화하려 하고 있지요. 배터리 역시 셀은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CATL로부터 납품받지만 배터리 팩은 자체 제작하고 있습니다.

강남 스토어의 백미는 사이버트럭입니다. 거대한 차체와 스테인리스 강판의 각진 외형이 인상적인 미래형 픽업트럭이지요. 이 ‘은빛 짐승’은 지난 9월부터 진행한 전국 투어를 마치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차 문을 잠가 논란이 됐던 투어 행사와 달리 매장 방문객은 사이버트럭 실내에 타 볼 수 있습니다. 홍보용 차량으로 국내 판매는 미정입니다.


테슬라코리아의 새 수장 서영득
이날 강남 스토어의 언론 공개 행사엔 눈길이 가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지난달 테슬라코리아 수장으로 선임된 서영득 컨트리 매니저입니다. 서 매니저는 벤츠코리아를 거쳐 캐딜락코리아 대표를 지낸 수입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작년 말 테슬라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차량 판매와 배송 및 마케팅을 총괄했습니다.

테슬라코리아는 작년 4월 김경호 전 대표가 물러난 이후 사실상 리더십 공백 상태였습니다. 이본 찬 대만·태국 지역 이사가 한국 사업까지 맡았지만, 국내에서 이렇다 할 경영 행보를 보이진 않았지요. 테슬라코리아는 서 매니저가 한국 사업을 총괄하고 찬 이사에게 보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강남 스토어는 서 매니저의 한국 수장으로서 첫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날 그는 테슬라의 국내 사업 현황을 소개하며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한국은 중국·호주에 이어 판매량 3위의 중요한 거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FSD 국내 도입 언제쯤
서 매니저는 “테슬라가 단순한 전기차 회사가 아닌 AI 회사란 점을 국내 직원들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테슬라가 AI 회사임을 입증하는 것 중 하나는 자율주행이지요. 최근 북미에서 배포된 v13으로 호평받은 FSD는 국내에선 아직 서비스되지 않고 있습니다. FSD는 운전자의 감독하에 도심 자율주행이 가능합니다. 국내 테슬라 차주들은 한국에도 FSD를 도입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요. 이에 대한 서 매니저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FSD의 국내 도입은 언제라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테슬라코리아는 당장이라도 FSD를 설치할 수 있지만, 국내외 높은 분들의 의지가 더 중요합니다. 국가 정책으로 풀어주셔야 합니다. 테슬라코리아 단독으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의 답변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감독당국의 규제가 문제인 걸까요. 기자의 질문에 서 매니저는 “민간 기업이 규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수 없다”며 “한국 시장에선 오토파일럿(고속화도로 주행 보조 SW)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국내에서 주행 데이터를 수집 여부를 묻자 그는 “소프트웨어 담당자가 답변할 사항”이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테슬라 강남 스토어는 수입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까요. FSD는 국내 여건상 근시일 내 출시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결국 내년 이 회사가 내놓을 모델Y 등 신차에 달린 일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모빌리티 & AI 혁명’을 이끄는 혁신기업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AI & 로봇 컴퍼니’로 전환하는 테슬라와 투자를 다룬 책 「테슬라 리부트」를 출간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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