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금리 인하 신중론을 펼쳤다. 처음으로 기준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 올해 9월보다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이 훨씬 더 좋아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딜북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노동시장이 계속 약화될 경우 이를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싶었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경제는 9월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소식은 우리가 성장 속도를 과도하게 자극하거나 둔화시키지 않는 금리 수준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신중해질 여유가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기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할 필요가 없어 Fed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여유가 있는 상태라는 의미다. Fed는 최근 두 차례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했다. 9월에는 노동시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지난달 회의에서는 0.25%포인트 더 낮춰 현재 기준 금리는 연 4.5~4.75%다. 시장에서는 Fed가 이달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회의(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더 낮추고 이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12월 회의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금리를 보다 중립적인 수준으로 다시 낮추는 길에 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중립금리(경제가 과열되지도 침체되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인 금리 수준)가 현 정책금리보다 아래쪽에 있는 만큼 이보다 다소 금리를 낮춰야 할 필요는 있지만, 지금 당장 서둘러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한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파월 의장과 Fed 인사들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과 연결되고 있다. Fed가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안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고 우려해 금리 인하폭을 넓힐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관세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Fed가 먼저 관세 정책에 대응을 시작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물가가 오르는 기미가 있으면 그때 가서 대응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