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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선포에 한국 떠나는 고액자산가들…"해외 주식비중 100%로" [양현주의 슈퍼리치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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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 신뢰도에 대한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4일 고액자산가를 상대하는 강남권 프라이빗뱅커(PB) A씨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이날 오전에만 20~30건의 고객 문의를 받았다. 그는 "자산가들의 국내 투자환경에 대한 회의감이 상당하다"며 "즉각적으로 자산을 매도하진 않더라도, 대부분 해외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1.44% 하락하며 2460선까지 떨어졌다. 코스닥은 2% 가까이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418원까지 치솟았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더불어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 환율 상승 등이 겹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A씨는 "한 고액자산가는 기존 해외 주식 비중을 70% 에서 100%까지 늘려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저점에 위치해 있지만, 자산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액자산가들 특성상 국내주식이 외면받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저가매수 기회로 여겼던 코로나19와 상황이 다르다"며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본격적인 탄핵 국면에 접어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환율 상승은 포트폴리오 변화를 촉발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또 다른 프라이빗뱅커 B씨는 "고액자산가들은 대개 국내 부동산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부동산이 100% 원화 노출 상품인 만큼 금융자산에서는 달러 중심으로 자산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달러 환율이 지난 9월 이후 6.13% 상승하며 원화 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고액자산가들이 이번 사태 이후 국내 주식 대부분을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대형주 및 중형주에 집중할 거라는게 강남권 프라이빗뱅커들의 전언이다.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자산 선호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도 장기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기업 실적이 양호하다고 해서 이러한 머니무브가 쉽게 반전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법 개정, 조기 대선 등 정부 주도 정책 변화나 정치적 이벤트가 변곡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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