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큰 고민에 빠져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키운 ‘라인(LINE)’을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의 요구를 가볍게 여길 수도 없는 처지다.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빌미로 네이버를 향해 라인에 대한 지배력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당장 정해진 방침은 없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며 ‘네이버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는 큰 원칙만 정했을 뿐이다.
라인야후에선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거래처·직원 등 개인정보 51만 건이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시스템 개발과 운용, 보수 등을 위탁하며 개인정보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고 봤다. 일본 정부는 라인 시스템의 인증 기반이 네이버와 공동으로 사용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네이버에 대한 강한 의존관계가 (관리·감독 부실의)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급기야 지난달엔 기술 조치를 넘어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두 번째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정부가 특정 기업에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교도통신은 지난달 25일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약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해서 일정한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로부터 A홀딩스의 지분을 1%라도 사들이면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 주도권을 쥐게 된다.
오는 9일 라인야후 실적 결산 발표가 관련 협의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데자와 쓰요시 라인야후 사장이 공개석상에서 네이버와의 관계 등을 설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혈맹’을 맺었던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2019년 11월 라인과 야후재팬 경영 통합을 선언한 이래 우호적인 관계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날 닛케이는 소식통을 인용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골은 깊어진 것으로 전해졌다”며 “네이버는 소프트뱅크가 출자 비율을 높이려 나서는 데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행정 지도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소프트뱅크가 지분 구조 논의를 요구해 와도 네이버가 응할 의무는 없다”며 “개인 정보 유출 방지책을 꼼꼼하게 마련하면 일본 정부도 지분 매각을 계속 요구할 명분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내 반한 정서가 확산하고, 양국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모양새는 네이버에 부담스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한국 정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29일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후속 행정지도는 한일 외교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긋는 보도자료를 냈다. 앞서 대통령실, 외교부 등이 “네이버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과 소통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낸 데 이어서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