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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는 없던 일로"…파월의 오판 불러온 3대 역습 [美증시 주간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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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으로 돌아온 이민 증가…AI와 친환경도 인플레 부추겨
GDP·PCE, 피벗 연기론 강화하나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피벗을 공식화하면서 시장 금리는 떨어지고 증시는 수직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완전히 말을 뒤집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달 16일 "현재의 통화정책을 길게 유지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파월의 오판을 불러온 이유를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파월의 실언이 없었다면

일각에선 파월 의장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고 지적합니다. 조기에 금리 인하를 예고함으로써 금융 시장에 낙관론을 확산시켜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는 얘기입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의 금리 인하 발언이 기준금리를 0.14%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5%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설레발을 치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런 오판을 한 결정적인 계기는 디스인플레이션 추세였습니다. 기름값이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보다는 안정적이었습니다. 인플레 완화를 막고 있던 주거비도 늦어도 하반기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두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불안한 중동 정세가 기름값을 더 뛰게 만들었습니다. 고정금리 중심의 주택시장엔 매물이 부족해 집값은 계속 뛰고 있습니다.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렌트비는 계속 올라 주거비 하락은 아직도 시기 상조입니다. 게다가 미국 경제는 너무나 강합니다.
소방수였던 이민이제는 인플레 불쏘시개

파월 의장이 오판을 한 결정적인 배경에 이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민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극심한 노동부족 현상을 막아준 방패 역할을 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2022년 미국 노동시장엔 약 400만명의 노동력이 모자랐습니다. 팬데믹 시기 조기은퇴와 육아휴직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퇴장한 인력이 200만명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100만명 가랑이었습니다. 팬데믹으로 국경 이동이 통제되면서 줄어든 이민자 수가 50만명 정도였습니다.

이들이 비경제활동인구가 되면서 미국은 극심한 노동력 공급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임금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민으로 급한 불을 껐습니다. 합법 이민 절차도 정상화했지만 멕시코를 통해 넘어오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이민자들을 많이 수용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꽁꽁 묶어둔 육로 이민 빗장을 푼 결과입니다. 조건을 갖추지 못한 이민은 바로 추방할 수 있는 '타이틀 42'가 사문화됐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이민은 노동력 부족은 해소해줬습니다. 임금 상승률은 급격히 둔화했습니다. 2022년까지 연 5%가 넘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4% 초반대로 내려와 3%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보자면 이민 증가는 부메랑이 됐습니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이민 유입으로 소비가 늘었습니다. 이민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히스패닉들은 소비 지향적입니다. 출산률도 높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 규모가 커졌습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25일 오전 8시30분에 발표되는 미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에서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전분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은 2.2~2.5%(연율 기준)입니다.


실시간 GDP 예측 플랫폼인 'GDP 나우'는 2.9%까지 예상하고 있습니다. 소비가 예상보다 늘면서 2주째 계속 예측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만일 GDP나우 예상이 적중하면 지난해 4분기 성장률(3.4%)에 육박합니다. 미국 경제는 식지 않고 여전히 강하다는 믿음은 인플레이션에는 독입니다. 금리 인하는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AI와 친환경의 역습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은 독소는 또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자동화의 역설입니다. AI는 일부 생산성을 올려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자동화가 여기저기서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노동력 구축 효과도 일으키고 AI가 대체할 수 없는 육체노동의 임금은 더 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각종 수리공의 공임이 올라 보험료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의 보험료는 9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습니다.

자동차 보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임 급등으로 수리비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자동화의 역설까지 겹쳤습니다. 고급 사양과 과도한 자동화로 인해 예전보다 더 많은 수리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자동차 보험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습니다. 올들어 3월까지 자동차 보험료는 22.2% 올랐습니다. 197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친환경의 역습도 있습니다. 지정학 위기로 인해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가치는 건재합니다. 이 가운데 급격히 친환경 에너지 시대로 전환하면서 전통적 에너지 분야의 인력이 부족해졌습니다.

일례로 미국 내 석유공학과 학부생은 2019년 7046명에서 2023년 3911명으로 급감했습니다. 학부생뿐 아니라 석유 채굴에 필요한 용접공, 굴착기 기사, 기타 중장비 운전자 같은 기술 인력도 부족합니다.


전통 기술 인력의 몸값이 높아지면 디스인플레이션의 길은 더욱 멀어집니다. 각종 역습의 위력은 얼마나 큰 지가 금리 인하 시기의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26일 나오는 3월 PCE 지표는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3월 PCE 물가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2월(2.5%)에 비해 소폭 올라 인플레 우려는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근원 PCE 물가는 전월 대비 0.3%, 전년비 2.7%의 상승률이 예상됩니다. 2.8%였던 2월에 비해 낮습니다.
빅테크와 지정학 위기

이번 주엔 빅테크의 실적 발표가 이어집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M7 중 4개 기업이 이번 주에 실적을 내놓습니다. 테슬라가 23일, 메타가 24일 각각 1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25이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의 실적 발표가 이어집니다.


지정학 위기로 인해 유가는 계속 불안정합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립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리스크는 여전합니다. 미국으로부터 무기와 예산을 지원받는 이스라엘의 강경파가 어떤 대응을 할 지가 변수입니다.

고유가 속에 미국 경제만 강해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킹달러 시대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마커스 애쉬워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달러 강세가 글로벌 무역을 더 분절적으로 만들 위험이 크다"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Fed는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폐기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강한 미국 경제 속 끈끈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2% 목표 수정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이번주 1분기 GDP와 3월 PCE 결과에 따라 이런 논의가 진전될 지를 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