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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서 축포 쏘면 뭐하나…코스피 악송구에 망연자실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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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개막 한 달…야구 잘하는 팀, 주가도 올랐을까

야구 1등은 기아 타이거즈
주가 상승률 최상단엔 제일기획(삼성 라이온즈)

지정학적 리스크에 증시 위축되며 주가 대부분 부진
밸류업 프로그램 불확실성 커져 야구단 모기업 지주사 '하락'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기아 타이거즈가 최상단에 자리 잡았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LG 트윈스, 류현진과 함께 개막 직후 돌풍을 일으켰던 한화 이글스는 중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다른 인기팀 롯데 자이언츠는 '봄데'(봄에 강한 롯데)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최하위로 처져 있다.

프로스포츠 가운데 야구는 홍보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중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도 역대급 흥행 열기가 관측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올해 100경기 치른 시점에서 집계한 총관중은 143만8112명, 경기당 평균 관중은 1만4381명을 기록했다. 타 스포츠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야구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8648명으로 2위인 축구(3148명)를 여유 있게 제쳤다.

이 '홍보 효과' 덕에 대부분의 프로 야구단은 든든한 대기업을 모회사로 두고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재계 총수들의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작년 LG 트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때,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현장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지난달 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았다. 김 회장이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약 5년 만이었다.

야구장 못지않게 증시에서도 야구단의 모기업(키움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야구 순위와 주가 상승률은 비례할지 알아봤다. 야구 개막일(3월 23일) 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9일까지의 주가를 조사했다.

시즌 개막부터 현재까지 10개 야구단 모기업 중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곳은 제일기획이다. 제일 기획은 삼성 라이온즈를 운영하고 있다. 19일 경기를 끝낸 삼성 라이온즈의 순위는 공동 6위. 야구단에 비해 모기업의 성적이 좋은 편이다.

개막 후 지난 19일까지 제일기획은 1.03% 올랐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불경기에 광고 시장이 위축되며 제일기획의 작년 실적은 부진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3080억원으로 2022년 대비 1.2% 줄었다. 다만 증권가에선 올림픽 특수를 바라보고 있다. 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의 국내 사업은 비수기를 지나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올림픽 효과에 하반기 유럽 부문은 턴어라운드(실적 개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증시 부진에 야구단 모기업 주가도 하락세
1위 제일기획의 주가 상승률이 1%대에 불과할 정도로 10개 구단의 모기업 주가는 대체로 부진했다. 통화긴축 장기화, 이스라엘-이란 갈등에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5.7%, 6.87% 하락했다. 또 야구단 모기업은 지주사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황이다. 대부분의 지주사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로 분류된다.

제일기획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모기업은 기아 타이거즈의 모기업 기아다. 순위표 최상단에 위치한 야구단과 비슷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기간 기아는 2.21%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5.7% 하락해 시장 성과를 웃돈 셈이다. 내수 판매 감소, 미국 시장 인센티브 증가와 같은 악재가 예상되지만, 달러 강세에 힘입어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수출주로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수출이 주력인 기업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실적이 개선된다. 최근 환율은 1400원에 육박하고 있다.

3위는 키움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이 차지했다. 이 기간 손실률은 6.16%였다. 키움 히어로즈의 순위는 4위다. 키움증권은 후원사로서 팀 이름 명명권을 갖고 있다. 과거 넥센타이어가 메인 스폰서였을 때 구단명은 넥센 히어로즈였다. 지난해 영풍제지 사태 이후 급락했던 키움증권 주가는 올해 들어 10만원대를 회복했다. 이후 주주환원율 상향,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발표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모멘텀(상승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4위와 5위는 각각 한화와 두산이 이름을 올렸다. 야구 순위표상 한화 이글스는 공동 6위, 두산 베어스는 8위다. 한화의 주요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인적분할을 통해 방산, 항공·우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적분할 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주가가 잠시 급등했지만, 총선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달 29일 장중 17만8200원까지 치솟았던 두산의 주가는 밸류업 기대감이 축소된 후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주가 상승률 최하위는 LG, 목표가와 괴리율도 64%로 벌어져
주가 상승률 기준 6위는 이마트(SSG 랜더스), 7위는 롯데지주(롯데 자이언츠), 8위는 엔씨소프트(NC 다이노스), 9위는 KT(KT 위즈)였다. 꼴찌는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LG(LG 트윈스)가 자리 잡았다. 주요 계열사인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가 상승률 순위는 향후 어떻게 바뀔까? 목표주가와의 괴리율을 통해 순위 전망을 매겼다. 괴리율이 높다는 건 증권사가 판단한 미래 성장성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위는 LG가 차지했다. 괴리율은 64.11%를 기록했다. 그 뒤를 롯데지주(61.71%), 한화(41.28%), 이마트(39.86%), 엔씨소프트(39.8%), 제일기획(36.87%), 두산(35.73%), KT(34.49%), 기아(24.34%), 키움증권(20.47%)이 이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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