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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꼴찌 수준, 한국보다 올려라"…마음 급해진 日 '비상'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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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경제 발목잡는 최저임금④·끝

올해 1천엔 넘었지만 한국보다 낮아
美 주요도시 최저임금은 일본 2.5배
최저임금/풀타임 근로자 비율도 꼴찌
기시다 "2035년까지 1500엔으로 올리겠다"



日경제 발목잡는 최저임금③
에서 계속
일본의 최저임금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올해 주요국의 최저임금을 엔화로 환산해 보면 일본의 최저임금(1004엔)은 한국(1080엔)보다 낮다. 프랑스(1786엔)와 영국(1876엔), 독일(1924엔) 등도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도 7.25달러(약 1084엔)로 일본보다 높은데다 15달러 이상인 지역이 급증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18.07달러(엔화 환산시 2701엔), 워싱턴DC와 LA는 각각 17달러(약 2541엔)와 16.78달러(약 2509엔)로 일본보다 2.5배 가량 높다.



풀타임 근로자의 임금 중간값을 100으로 했을때 최저임금의 비율이 일본은 46%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었다. 프랑스와 한국은 61%에 달했다. 주요 경제대국들이 코로나19 기간에도 최저임금을 1~2%씩 인상한 반면 일본은 0.1% 오르는데 그친 결과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 소비가 얼어붙어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와 만성 디플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일본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35년 무렵까지 평균 최저임금을 1500엔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광역 지자체장 선거 공약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거는 후보자도 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반가울 리 없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전 회장은 임기 내내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경우 중소기업 비중이 80%를 넘는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도시로의 고용 유출이 더욱 빨라져 지방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와 인력난의 아우성에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묻히는 분위기다. 반대로 최저임금을 크게 올려야 선진국 꼴찌 수준인 일본의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면 좀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값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고, 살아남은 기업은 생산성을 인건비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연구개발(R&D)과 기술혁신에 매진할 것이라는 논리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일본 중소기업을 통합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구가 증가하던 시절에는 기업이 줄어들면 실업이 늘어났다.

반면 인구감소의 역습으로 사회 전체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시대로 바뀌면서 기업의 숫자가 줄어들면 감소하는 건 사장의 숫자일 뿐 고용은 유지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야마다 히사시 호세이대 교수는 "경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급격한 임금인상은 의미가 없다"면서도 "최저임금이 기업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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