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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00만원씩 번다…'망할 위기'라던 20대 사장의 반전 [방준식의 N잡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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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플랫폼' 문토 호스트 이재하
브런치바 열었지만 홍보 안돼 고민
신메뉴 먹으며 이야기하는 모임 열어
4개월새 1500명 다녀가면서 인기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IT 회사를 다니면서 할 수 있는 N잡이 뭘까 고민했죠. △에어비앤비 △이모티콘 그림 △블로그 운영 △스마트스토어 등 안해본 것이 없었어요. 그러다 저는 사람을 서로 이어주는 커뮤니티 호스트가 적성에 맞더라구요.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을 만들려 야심차게 브런치바를 열었지만 홍보가 전혀 안됐죠. 어떻게 손님을 모을지 고민하다 신메뉴를 함께 먹으면서 이야기도 나누는 프로그램을 열었어요. 과연 통할까 싶었는데, 한달에 400명씩 4개월간 1500명이 다녀갔죠. 최근에는 월 매출 1500만원을 달성했습니다.(웃음)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단골을 모으는 일이다. 아무리 음식 솜씨가 좋아도 손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단골 손님을 팬으로 만들기에 도전한 청년이 있다. 매일 14시간씩 밤새도록 만든 신메뉴를 함께 나눠 먹으면서 후기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만들었다. 내 가게의 팬 3000명만 모아보자 시작한 도전은 4개월 만에 1500명이 찾았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초보 사장님이자 소셜 플랫폼 '문토' 호스트로 활동 중인 이재하(29) 씨의 이야기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소셜 플랫폼 '문토'에서 전통주·와인 모임을 진행하고 있는 이재하(29)입니다. 저는 IT 영업·기획쪽에서 3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한가지 직업으로만으로는 세상을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제가 할 수 있는 N잡은 무엇일까 고민이 들었어요. △에어비앤비 △이모티콘 그림 △블로그 운영 △스마트스토어 등 도전을 했죠. 그러다 저는 사람을 서로 이어주는 커뮤니티(모임) 호스트가 적성에 맞더군요. 제대로 모임을 진행하고 싶어서 성수동에 작은 전통주·와인바를 열었죠."

Q. 자영업에 뛰어들었군요.
"전통주·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함께 서로 취향을 공유하면서 즐기는 곳이죠. 공간 운영을 통해 대관사업과 장사를 하는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작년 말에는 을지로에 브런치 바도 열었죠."

Q. 자영업을 하면서 모임진행까지 하기에는 벅차지 않나요.
"야심차게 브런치바를 열었지만, 홍보가 전혀 되지 않아 손님이 없었어요. 모임을 통해 제 공간도 알리고, 저와 제 아지트를 사랑해주는 팬 3000명을 만들어보자 목표를 세웠죠. 매달 400명씩 찾아와 주셨고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약 1500명이 방문해주셨죠. 모임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손님이 되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웃음)"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매일 쉬지 않고 모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모임 형태는 제가 만든 신메뉴 음식을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입니다. 한번에 많은 분량의 음식을 만들어야 해서 빠듯하죠. 아직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5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재신청 해주시는 팬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그분들께 더욱 맛있고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기 위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중입니다."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하루에 많으면 모임을 3번 정도 진행합니다. 준비부터 정리까지 꼬박 14시간이 걸리죠. 혼자 서서 요리하고 설거지를 하느라 체력적으로 힘들더군요. 매일 새벽마다 러닝으로 체력관리에도 힘쓰고 있습니다.(웃음) 처음에는 요리가 서툴러서 음식을 남기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노력도 하고 노하우도 생겨서 남기시는 분들이 거의 없으셔서 매우 행복합니다,"

Q. 월 매출은 어느정도 발생하시나요.
"플랫폼 모임 매출은 개인 사업 수익을 제외하고 보통 월 평균 1400만원 정도 나옵니다. 전체 수익 중에서 개인 사업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Q. 와인바의 매장 계약 형태는 어떤가요.
"성수 와인바는 뚝도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어요. 권리금은 2100만원, 월세는 110만원을 내고 있습니다. 을지로 와인바는 인쇄골목 쪽에 위치해 있고요. 매물을 고를 때는 무조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중개업자분들께도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했죠. 넉살 좋게 웃으며 자주 찾아 뵈면서 많은 매물을 볼 수 있었어요."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성수동 와인바는 철거·설치·인테리어에 1000만원이 들었습니다. 첫 달만에 매출 1000만원을 벌어서 초기 비용을 벌었죠. 을지로 브런치바는 권리금과 기물 구매에 약 3000만원이 들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첫달에는 약 500만원의 수익이 나왔고, 최근에는 1400만원까지 수익이 높아졌습니다."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제 생각보다 빨리 약 한달 만에 수익화가 됐어요. 저는 다른 호스트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더 많은 음식과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돈을 더 쓰더라도 오시는 분들이 배부르고 재미를 느끼는데 중점을 뒀죠. 자연스럽게 후기와 팔로워들이 늘었습니다. 제 모임을 기대하는 팬들도 늘고 있죠."



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플랫폼 모임을 통해 마케팅과 브랜딩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저는 커피나 마케팅 쪽에 잘 몰랐지만, 그 친구의 도움으로 성수동 와인바를 카페로 바꾸고 있습니다. 커피 원두 납품부터 커피의 맛을 잡아주는 친구와 인스타그램에서 마케팅을 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모임을 통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됐고 사업에도 함께 도움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될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Q.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노하우나 팁이 있을까요.
"자영업을 실제로 해보니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도 많고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자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하게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처음에 주변 와인바, 카페 사장님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보면서 의견을 많이 구했습니다. 꼭 사장님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어본 후,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어느 정도 들 때 진행하는 것을 추천해요."

Q.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처음 모임의 시작은 장사를 하기 위한 고객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한달에 400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의 가치관도 변한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과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배우고 있죠. 다양한 직업과 나이대 가치관의 사람들을 보니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졌죠. 금전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작년부터 매달 동물자유연대와 굿네이버스에 정기 후원도 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참가비의 일부는 후원금 명목으로 쓰고 있죠. 앞으로는 다양한 봉사 모임도 열 계획입니다. (웃음)"
평생 직장이 사라진 시대, 여러 직업을 가지는 'N잡'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N잡 뿐만 아니라 NEW잡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방준식의 N잡 시대>는 매주 일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는 큰 힘이 됩니다.
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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