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짧은 문장으로 가장 긴 여운을 주는 詩! 시는 ‘영혼의 비타민’이자 ‘마음을 울리는 악기’입니다. 영감의 원천, 아이디어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눈 밝은 사람은 시에서 ‘생각의 창’을 발견합니다. 고두현 시인이 매주 금요일 아침 ‘고두현의 아침 시편’을 배달합니다. 고두현 시인 (kdh@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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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눈물 아롱 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 리.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 리.
신이나 삼어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을로 가신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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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아랫마을 친구네 삼촌 방에서 읽고 그 자리에 엎드려 공책에다 한 줄씩 베껴 썼다. 옮겨 쓰는 과정에서 몇 번이나 잘못 적은 구절이 있다. “밟으신 길”을 “떠나간 길”로, “목이 젖은 새”를 “목이 메인 새”로 무심코 옮기다가 아하, 하며 고쳐 썼다. ->자세히 보기
[고두현의 문화살롱]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세상을 구하는 것" ->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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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시인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 등 출간. 김달진문학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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