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순아
그게 아니라 나는 불새가 되고 싶은 거다
활활 타며 날아가는 새, 아니면 불같이 붉은 새
온몸으로 허물어지는 새
허물어져서 자신을 이루는 새
그리하여 어떤 코뮤니스트의 깃발보다도 더욱더욱 붉게
나는 괴로워하고 싶은 것이다
피를 흘리고 싶은 것이다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아니다, 순아
정말 그것이 아니라
나는 불새가 되고 싶은 것이다
빠알갛게 달아오른 아침 해 속에서
푸더덕거리며 잠을 깨는 새, 꿈틀대는 힘을
그침 없는 울음으로 뱉아내는 새
아주아주 뜨거운 새.
춥구나, 도와다오
아름다운 불새를 꿈꾸며
하루를 버리고 이틀을 버려도
비켜 가는 것뿐인데
도와다오
나는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순아
내가 너의 볼을 만지면
그 볼의 온기만큼만, 그만큼만 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