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전 세계 환경 행동주의자들이 주목할만한 뉴스가 스위스에서 나왔습니다. 스위스 환경단체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소속 회원들이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원고 측 일부 승소 판결을 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기후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아 인권을 침해했다는 이들의 주장을 유럽 최고 법원이 인정한 겁니다. 이 판결은 항소할 수 없으며, 스위스 정부는 판결에 따라 이 단체에 8만 유로(약 1억1,760만 원)의 배상금을 3개월 안에 지급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각국에서 비슷한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ESG와 관련한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향후 탄소중립 이슈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 같습니다. 물론, 법원 판결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ESG 이행과 관련해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환기했다는 점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만 해도 우리 정부는 딜레마적 상황에 부닥쳐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목표치를 그대로 따라 하다가는 가랑이 찢어질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환경 이슈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15일 자 A2면에 <봉이김선달 지자체…제주 바람 값, 신안 햇빛 연금 징수>라는 제목의 기사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사회,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경 문화부가 ‘100년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타이틀로 게재 중인 기획시리즈 2회는 지자체의 엉터리 공공 미술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16일 자 A1면 <어글리 공공예술에 헛돈 쓰는 지자체> 일독을 권합니다.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서도 정부는 마치 하나의 모범이 존재하는 것처럼 얘기하곤 합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일제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방향은 맞을지 모르겠지만, 왠지 기업을 낙제생 취급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