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경ESG 이승균 기자입니다. 최근 JP모간은 “한국의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본격화될 경우 코스피 지수가 향후 2년 내 5000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분석입니다. 표면적 상승 요인은 지배구조 개혁이지만 그 이면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혁은 단순한 제도 손질을 넘어,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회 책임 강화, 주주 권리 명문화, 공시 체계 정비 등의 노력이 ‘기업지배구조 코드’라는 형태로 명료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배구조(Control Structure)’에 내재된 ‘거버넌스(Governance)’를 정돈하는 작업, 즉 ESG 경영에서 G(거버넌스)를 재정립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G’의 재정립에는 기업지배구조 코드와 스튜어드십 코드가 핵심 도구로 활용됩니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투자자가 기업과 소통하는 기준이라면,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기업이 투자자와 소통하는 기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코드는 기업과 투자자 간의 상호작용을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은 자본시장 구조 개혁을 위해 2010년대 초부터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속도를 냈습니다. 당시 일본은 스스로를 ‘자산운용 후진국’으로 진단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기업은 단기 실적에만 몰두하고, 투자자는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스튜어드십 코드(2014년)와 기업지배구조 코드(2015년)를 도입해, 기업과 투자자 간 소통을 강화했습니다.
여기에 연기금이 동원됐습니다. 일본 국민연금기금(GPIF)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고 2017년부터 ESG 요소를 포트폴리오 분석에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2019년 이후에는 패시브 및 대체투자 등 주요 자산군에서도 ESG 기반 경영 참여 활동을 확대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일본 전체 기관투자 업계로 확산됐고, 2020년에는 일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ESG 투자 전략으로 ‘기업 관여 및 주주 행동’이 꼽혔습니다. 스튜어드십과 지배구조 코드 마련이 ESG 투자로 이어진 셈입니다. 2015년 1만7000대에 불과하던 닛케이 평균주가는 현재 4만 선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지배구조 개혁을 단순한 제도 정비에 그치지 않고 ESG를 기업가치 제고의 실질적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ESG와 같은 비재무 자본, 예컨대 인적자본·자연자본의 투입 효율성을 높이고, 탈탄소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다시 말해,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ESG 경영을 유도하고, ESG를 통해 다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국제 기준 역시 지배구조 개혁과 ESG 경영의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G20/OECD는 2023년 개정한 ‘기업지배구조 원칙(코드)’을 통해 이사회의 ESG 책임을 명시했습니다. ESG를 단순한 준법 항목이 아닌, 지속가능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핵심 요소로 규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이사회는 재무적·비재무적 위험 모두를 고려한 감독 책임을 져야 하며, 투자자는 단기 수익에 치우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고 명문화했습니다.
지금 한국은 ‘지배구조 개혁?자본시장 혁신?산업 구조 전환(탈탄소 등)’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구조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주가 상승을 위한 처방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과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해석됩니다.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서 현대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ESG 경영을 혁신의 재료로 받아들이며 이를 실행에 옮기는 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