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경ESG 이승균 기자입니다.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각국이 2035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네 가지 안을 마련했으며 이 가운데 어떤 안을 공식 제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환경부는 10월 중 시민사회·정부·기업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최종 목표를 확정해 제출할 계획입니다.
문제는 이 과제가 ‘대략 1000조 원짜리 과제’라는 점입니다. 2035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단순히 목표 수치만 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줄일 것인지 구체적인 경로와 실행 계획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U는 최소 1조 유로(약 1600조 원) 이상, 일본은 150조 엔(약 1400조 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합니다. 자금 규모만 보더라도 과제의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흔히 조별 과제가 실패하는 이유는 무임승차자 때문이라고 합니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책임은 분산되고, 과제는 산으로 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성과를 내는 조는 과제를 쪼개고, 각 조원이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정합니다. 기후변화 대응도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나눠 책임 있게 추진해야 하며, 정부는 구체적인 해결 순서와 로드맵을 제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세부 과제를 ‘먼저 제출했다’고 칭찬받는 일은 없습니다. 실제로 플라스틱 재활용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려던 SK지오센트릭이 되레 역풍을 맞은 사례도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이 각각 ‘청정산업딜’(EU), ‘GX 계획’(일본)이라는 이름으로 과제를 세분화하고, 조원(기업·투자자)별 역할과 일정을 상세히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외부 자금을 끌어들여 지치지 않고 끝까지 과제를 수행하자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목표를 ‘과제 해결 능력’을 반영해 정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준 연도는 다르지만, 영국은 1990년 대비 81% 감축, 일본은 2013년 대비 60% 감축 계획을 제출했습니다. EU도 66~72% 사이 목표를 제시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경우 선형 경로(기존 추세)를 따르면 53%, 과학적 경로(IPCC 권고)에 맞추면 61%, 기후 정의를 고려하면 65% 이상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 능력입니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조차 없는 상황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2035년 NDC를 두고 대국민 공개 토론회를 열기로 한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19일 토론회에서 탈탄소 녹색문명 대전환을 이루기 위해 K-GX(한국형 녹색전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9월 19일 총괄 토론회를 시작으로, 10월 14일까지 전력·수송·산업·건물·순환경제·농축산 분야별 세부 토론회가 이어집니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각 부문별 구체적 과제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